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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8 16:34 | 산업

한류 주얼리 문화산업 이끄는 ‘주얼리 외교관’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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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사진=이세진 기자)
[웹데일리=김수연 기자]

누구나 한 번쯤 꿈 꾸는 꿈의 직업 ‘디자이너’. 그리고 여자라면 누구나 특별한 로망을 가질 법한 반짝반짝 빛나는 ‘주얼리’.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는 주렁주렁 달린 액세서리 하나 없이도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주얼리 디자이너’하면 떠오르는 우아한 자태와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망울을 지닌 그녀는 이야기해 볼수록 매력이 흘러넘쳤고,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인터뷰 중간 중간 느껴지는 세심한 배려심 또한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해줬다. 작가의 좋은 아우라가 작품에도 그대로 담겨서일까. 최근 연예계에서는 그녀가 발표하는 디자인마다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첼리스트이자 쥬얼리 디자이너인 모친의 타고난 예술적인 감각을 이어받은 그녀는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의상을 복수전공했다. 학교 내 대외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대학교와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견문을 넓혔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다진 그녀의 배경은 그의 작업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한 듯하다.

그녀는 사물의 본질을 좀 더 본질에 가깝고 아름답게 작업하면서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배경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소품들은 작가의 미감과 우아한 품격에 생명력을 얻게 됐는데, 이런 진심어린 애정은 드라마에도 화제성을 더해줬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USB, ‘가면’ 수애 보석함, ‘왕은 사랑한다’ 임시완 의자 등은 스쳐 지나칠 수 있던 소품들이었지만, 그녀의 정교한 손길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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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의 온도’ 양세종이 서현진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영원한 사랑의 의미를 담아 디자인한 씩씩이 꽃반지. 양세종이 스케치한 그림을 의뢰하는 과정이 화면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진=SBS)


‘이야기를 시각화해서 입체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디자인 철학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드라마, 영화, K-pop, 전시회, 패션쇼, 기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어느 하나도 낯익지 않다. 캐릭터, 그리고 작품마다 각기 다른 새로운 매력을 부여해 새로운 스토리를 입혀내고 있다. 매번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도 남다른 성과를 내는 그녀를 주얼리 디자이너로만 부르기에는 좀 부족해 보인다.

디자이너로서 표현하고픈 언어가 많았던 그녀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리고 시도는 늘 풍성한 형태로 나타났다. 혁신에 가까울 만큼 디자인의 방향을 넓힌 그녀의 이름 앞에는 귀금속 디자이너, 소품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미술 작가, 비주얼 아트 디렉터 등 다양한 타이틀이 붙는다. 그리고 어떤 타이틀로 그녀를 부르는 게 좋을지 고민하게 만들만큼 그녀는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결과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스스로 경계를 지우고 분야를 넘나든 그녀는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사극 영역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특유의 넓은 시각, 유연한 사고로 오래되고 낡은 엔티크가 새롭게 보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 방영된 ‘엽기적인 그녀’, ‘왕은 사랑한다’ 등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녀가 재창조한 전통 역시 남다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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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정재인 작가가 작업한 임시완 방의 자수 작품의 고상한 멋이 한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에서 임시완을 빛내 주던 작품(하)이 청주공예비엔날레에도 전시된 모습(상) 단순히 사물을 배치한 것에 지나지 않고, 전체적인 공간의 구성까지 신경 써서 그림이 한층 풍성해지고 웅장해진 모습이다. (사진=MBC)


그녀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기회가 저절로 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관점을 바꿔 기회를 만들어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이 한다고 해서 따라하지 않는 사람이다. 세상이 가장 멋지다고 평가하는 것도 스스로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남다른 시각으로 언제나 경쟁이 아닌 상생을 택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에 힘쓴다.

국내 최고의 명문대에서 의상을 공부한 그녀가 의상의 하위개념으로 여겨졌던 주얼리를 택한 것도, 자신의 이름 대신 어머니의 이름 ‘민휘’를 앞세운 것도 모두 그녀의 선택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늘 스스로를 믿고 길을 개척한 그녀는 애써 그를 봐달라고 애쓰지 않는다. 빛나는 결과로 묵묵하게 그녀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왔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걸어온 길에는 늘 최초이자 최고라는 타이틀이 동시에 붙는다. 최초라는 타이틀로 시작해 진화를 거듭하며 최정상으로 이끌어 온 그녀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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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투깝스’ 1회에만 3번이나 등장하며 시선 강탈한 김선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귀걸이, 반지 보석세트. (사진: MBC)


Q. 밖에는 한파가 몰아치는데 회사 분위기는 따뜻하고 직원들의 표정이 밝다. 작업하시던 분께 정재인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을 물어봤더니 ‘맛있는 것을 잘 사준다.’, ‘이야기를 잘 들어 준다’, ‘사람들을 진심으로 생각해준다’고 한다.

A.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 정말 좋은 사람들, 열정과 실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함께 하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고,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Q. 디지털, 4차 산업혁명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손으로 공예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대한 불안감은 없나? 딥 러닝 된 인공지능형 화가가 미래의 화가를 없앨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A. 시대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것도 점점 빠르게 말이다. 눈앞의 작은 변화에 연연하지 않고 큰 흐름을 읽어내면서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은 창의적인 일이다.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일은 고도화된 기술에 의해서도 대체되기에 한계가 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현재 민휘아트주얼리에는 디자이너와 장인, 그리고 큐레이터 등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앞으로도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그 기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준비가 잘 돼있으면 시대의 변화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

Q. 디자이너와 큐레이터의 차이는? 주얼리 큐레이터는 신선한 단어인데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A. 디자이너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작업을 한다. 디자인한 작품이 기존의 작품보다 사용자에게 더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미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디자인에 더 의의를 두는 사람도 있겠지만 디자이너는 본질적으로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큐레이터는 고객 니즈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매장에서의 경험에 가치를 더해주고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는 사람이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가 오프라인 매장보다 활성화 되는 추세지만 고가인 귀금속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 매장의 구조가 디지털화되기는 하겠지만 앞으로도 그 역할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취향에 대한 카테고리가 세분화되는 시대다. 철저한 개인화와 마이크로한 분석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사원의 역할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와 경험을 함께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감각적으로 스타일을 제안하며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큐레이터가 필요하다. 디자이너의 역할과는 좀 다르다.

Q. 정재인 작가는 디자이너, 장인, 큐레이터 다 할 수 있지 않나?

A. 디자이너와 큐레이터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인은 아니다. 디자이너와 큐레이터는 비슷한 면이 많다. 디자이너와 장인의 역할은 다르다. 장인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디자이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완성하는 작품도 있지만 자체 공방의 장인 분들과 협업하며 아이디어를 완성할 때가 더 많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하고 기술을 실행하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다. 제약 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 뒤에 실행과정에서 기술자와 함께 아이디어를 정제시켜가며 작업하는 것이 더 좋은 프로세스라고 여긴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있고, 공학적인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함께 작업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켜주고 단점은 보완시켜줄 수 있다.

Q. 장인과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것 같다.

A. 우리만의 품격 높은 공예 문화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장인 정신을 존중한다. 탁월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은 몇 세대 동안 지속될 수 있다. 우리는 철저하게 장인 정신을 바탕에 두고 디테일과 마감에 완벽을 기해서 우리만의 전통을 만들고 있다. 최첨단 기술의 발달로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없게 됐다. 하지만 나만의 특별한 물건을 원하는 사람들은 기계가 줄 수 없는 감성적인 가치를 선호한다. 장인의 감수성과 노하우는 그 어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기술로 대량 생산된 상품하고 장인의 혼이 깃든 수공예품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첨단의 기술과 장인의 감수성의 조화로 탄생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공방은 50년 경력의 세공 명인 분께서 책임져주고 계신다. 공방 내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하며 후학 양성도 하고 있다.

Q. 민휘아트주얼리의 매장 안에 위치한 자체 제작 공방이 장인 정신을 이어가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인가?

A.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자체적으로 제작 공방이 있기 때문에 원스톱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고, 공정 단계마다 구체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품은 하나하나가 유일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체화할 때 처음 생각과는 달라질 때가 있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적당한 스톤을 넣어보고 빼보기를 수차례 반복하기도 한다. 디자인실과 제작 공방이 한 공간에 있지 않다면 그렇게 디테일하게 신경 쓰기 힘들다. 차별화 정도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탁월해야 한다.

Q. 듣고 보니 하나의 탁월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A. 나만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된 작품을 원하는 사람은 하나하나 더 꼼꼼하게 보기 마련이다. 지불하는 금액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품질을 만들어야한다. 우리는 자체 공방이 있기 때문에 A/S도 자유롭다. 내부적으로 제작한다는 것은 모든 단계를 철저하게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책임감이 커지지만 좋은 결과물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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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양세종이 서현진에게 프로포즈하기 위해 디자인해 작업을 의뢰한 씩씩이 꽃반지. 극 중 양세종이 스케치한 그림이 실물화 되는 모습과 겹쳐지며 화제를 모았다. (사진=SBS)


Q. ‘나만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된 주얼리’라고 하니 ‘사랑의 온도’에서 양세종이 서현진에게 직접 그려 디자인한 ‘씩씩이 꽃반지’가 떠오른다. 그렇게 주문제작하는 고객이 많나?

A. 주문 제작하는 고객은 많은데 극 중 양세종 씨처럼 그렇게 그림까지 잘 그려서 의뢰하시는 분은 드물다.(웃음) 너무 멋진 설정에서 나온 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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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서현진이 양세종의 ‘씩씩이 꽃반지’를 돌려주자 ‘반지를 꼭 껴달라’며 생성된 2차 가공 이미지들. 서현진의 빈 손에 ‘씩씩이 꽃반지’가 끼워진 모습들 모두 네티즌들에 의해 합성된 이미지들이다. (사진=‘사랑의 온도’ 갤러리)


Q. ‘사랑의 온도’의 ‘씩씩이 꽃반지’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시멘트를 뚫고 살아난 ‘씩씩이꽃’이라는 의미가 좋았고,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반지 디자인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 반지도 필요 없다. 씩씩이 꽃반지가 최고다’라는 반응부터 서현진이 반지를 착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합성된 2차 가공물까지 대거 생성됐다.

A. 반지에 좋은 의미가 있어서 더해졌기 때문에 파급력이 컸던 것 같다. 실제로 페어리스타는 꽃이 피는 기간이 봄부터 가을까지로 길다. 생명력이 강하고,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고 한다. 페어리 스타의 5개로 갈라져 있는 갈래 꽃잎을 살려 디자인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꽃 자체가 여리 여리하고 매우 작은 느낌이기 때문에 반지 디자인에도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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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서현진이 양세종에게 선물한 프러포즈 반지. ‘여자 엄지에 맞는 반지가 남자 약지에 맞으면 운명’이라고 하지만 서현진의 엄지반지는 양세종의 마디에 맞는다는 설정이다. 심플한 트위스트 플래티늄 반지로 서현진의 엄지에도 양세종의 약지 마디에도 잘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의 반지다.(사진=SBS)

Q. ‘사랑의 온도’에서 서현진이 엄지손가락에 끼고 있다가 양세종의 네 번째 손가락에 껴주면서 프러포즈할 때 선물한 엄지반지도 화제가 됐다. ‘여자 엄지에 맞는 반지가 남자 약지에 맞으면 천생연분’ 이라고 하지만 서현진의 반지는 양세종 약지의 마디에 걸렸다. ‘역시 내 사랑은 운명이 아닌 선택이었다.’는 대사와 함께 화제 된 장면이다.


A. 많은 프러포즈 반지를 디자인 해봤지만, 이런 상황의 반지는 처음 디자인해봤는데 상황이나 의미가 모두 정말 좋았다. 하나의 반지로 촬영한 것은 아니다. 하나는 서현진 씨의 엄지손가락 사이즈에 맞게, 하나는 양세종 씨의 네 번째 손가락 마디에 맞게 두 개를 따로 제작했다. 여자의 엄지 반지와 남자의 마디 반지에 모두 어울릴만한 반지면 밴드가 두껍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저절로 쉽게 되지 않는 운명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이어지게 된다는 의미를 담아 심플하게 면을 두 번 트위스트 하고 약간의 각을 내서 하나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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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서현진이 양세종에게 선물한 프러포즈 반지. 심플한 트위스트 플래티늄 반지로 양세종의 약지 마디에도 잘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의 반지다.(사진=SBS)


Q. 반지를 서현진의 엄지 사이즈에 맞게 따로 제작하고, 양세종의 약지의 마디에 맞게 따로 제작했다고 한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여자 엄지 손가락의 반지가 남자 넷째 손가락에 맞으면 운명이다.’는 대사처럼 실제 두 배우의 사이즈는 맞았나?

A. 상상에 맡기겠다.(웃음)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 두 반지가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디자인의 짝도 안 맞고, 사이즈도 달랐지만 정말 완벽한 커플링이었다. 예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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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서현진과 양세종의 결혼반지. 디자인의 짝이 같지는 않지만, 각각의 다른 의미가 담겨있는 반지다. 각자의 ‘사랑의 온도’가 다름을 상징하는 반지 디자인이다. (사진: SBS)

Q. 흔히 디자인 실무에서 디자이너와 기술을 담당하는 엔지니어간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들 한다. 디자이너는 미적 감각이 발휘된 스타일을 중시하고 엔지니어는 현실적으로 수월하게 설계하는 기능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영감과 엔지니어의 논리는 늘 충돌한다고들 하는데 민휘아트주얼리의 경우에는 어떤가?

A. 우리도 그렇다. 그런 일들은 다 필요한 일이다. 내부적으로 비판이 나오는 것이 싫지 않다. 좋지 않은 의견도 언제나 편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중시하는 것이 다를 수는 있지만 결론적으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모두 ‘더 좋은 작품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같은 목표가 있기 때문에 어떤 말이라도 서로에게 필요한 약이 된다.

가장 좋은 점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나누면서 각자 새로운 생각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고유 영역도 확장되는 느낌이다.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부딪히는 충돌지점이 최종 결과물에서의 실수나 오차를 줄여주기도 한다. 원래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에 장인의 세공 기술이 입혀질 때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신중히 논의하면서 만든 작품은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기능적인 면에서도 모두 좋게 된다.

Q.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좋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유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의기투합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까?


A. 그렇다. 디자인팀, 제작팀의 의견이 따로따로 합쳐지는 것보다 함께 공유하는 환경에서 더 좋은 결과물이 탄생한다. 좋은 아이디어, 디자인이 어느 순간 유레카하고 떠오르는 일은 드물다. 머릿속에 있는 직감들이 연결되고 정리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치밀한 연구를 거쳐야 개념 상태의 아이디어가 실체적이고 유의미하게 발전하게 된다. 우리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세부 내용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의하는 과정이 익숙하다. 설익은 생각들이 연결되어 하나로 모아지면서 기존의 아이디어가 발전되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완성된 상태가 아닌 미완성된 제작 단계의 상태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더 많다.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는 수정이 어렵지만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다양한 생각들이 자유롭게 등장하고, 수정되고, 협력하면서 혁신이 만들어질 수 있다. 내부에서부터 다양한 가치를 품을 수 있어야 나아가서도 큰 경쟁력이 생긴다.

Q. 정재인 작가가 생각하는 훌륭한 디자인은?

A. 일상을 아름답게 해주는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좋은 오브제란 실용적이면서 보기에도 좋아야 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 또한 있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향상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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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휘아트주얼리’ 인터넷 검색 페이지, ‘이런 방송 프로그램도 찾아보세요’라는 코너에 드라마 작품들이 함께 검색된다.

Q. 작가의 디자인 철학대로 민휘아트주얼리 그 자체가 생활에 풍요로움을 더하고 있다. 민휘아트주얼리는 주얼리 브랜드지만 일반적인 주얼리 브랜드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민휘아트주얼리를 검색하면 ‘이런 프로그램도 찾아보세요’라는 추천이 뜨는데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참여했던 드라마와 영화 등이 함께 추천된다. 다른 어떤 브랜드도 이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다.

A. 디자인 할 때, 단순한 물건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 등의 작품에 참여할 때는 더욱 더 콘셉트를 중시한다. 전체적인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각각의 스토리를 소품으로 구체화 시키니까 드라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고, 나중에 소품만 보더라도 드라마를 함께 떠올려주시는 것 같다. 옛날 사진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추억이 떠오르듯이 주얼리를 보면서도 어떤 순간을 추억하게 된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하나하나가 진짜 보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주얼리를 디자인했다. 가장 마음에 남아 있는 디자인을 하나 꼽자면?


A.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씨와 김수현씨를 400년간 이어준 수정죽절비녀. 이 비녀를 디자인하면서 디자인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디자인할 때마다 좀 더 다르고 새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욕심들을 털어내게 됐다. 장태유 감독님께서 워낙 꼼꼼하셔서 많이 배웠다. 사실 내가 이전까지 디자인적으로 호평 받았던 디자인들과는 많이 다른 형태였고, 눈에 띄는 디자인이 아녔기 때문에 이런 호응이 있을 줄 몰랐다. 근데 절제된 깨끗한 느낌이 너무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실제 유물에서 디자인적으로 변형된 부분들도 관심 있게 봐주셨다.

Q. 비녀가 박물관에 전시되면서 매달 수 천 명의 관광객이 증가한 일이 화제가 됐다.


A. 드라마 상에서 비녀가 박물관에 전시됐는데, 실제로 비녀를 보고 싶다며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뒤늦게 박물관 측에서 비녀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다. 드라마가 한참 끝난 뒤에 전시가 됐는데도 그렇게 관광객이 몰렸다고 해서 신기했다. 아직도 방문객이 많다고 들었다. ‘별에서 온 그대’ 관련 전시가 워낙 많았다. 코엑스, 킨텍스, 박물관, 일본, 중국 등 여러 곳에서 전시가 많이 됐다. 내년 초에 이태리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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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과 김수현의 400년 운명을 이어준 도민준, 천송이 수정죽절비녀. 박물관 측은 이 비녀가 박물관에 전시된 이후, 관광객이 월 3천명 이상 증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대로 구현한 우리의 전통, 잘 만든 드라마 소품이 국가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이정표를 제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사진: SBS)


Q. ‘별그대’ 비녀가 박물관 속 실제 유물들 사이에 전시된 일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도 드라마 소품이 유물과 같은 급으로 분류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일단 유물에 대해 해박한 박물관 관계자 분들께서 내 작품의 실물을 보시고, 유물 사이에 전시할 것을 결정했다는 것이 감사했다. 그리고 그 비녀는 사료를 바탕으로 제대로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오늘 날 사람들은 수집된 역사와 보존된 전통을 보기 위해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 박물관을 방문한다. 경험은 단순한 인지를 넘어선다. 결과적으로도 증명됐다. 비녀가 전시된 이후에 월 삼 천 명 이상 관광객이 늘었다. 이 전까지는 외국 관광객은 거의 방문하지 않았는데, 비녀 전시 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져 여러 가지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드라마를 통해 디자인한 작품이 관광 문화 상품으로도 이어져 또 다른 부가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는 것이 기뻤다. 무조건적인 비난만 있으면 새로운 시도들이 생겨나지 않는다.

Q. 박물관 관계자들이 유물 사이에 전시해도 될 정도로 느꼈다면 정말 좋은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할 때 소재를 가장 중시하나?

A. 기본 바탕 재료를 중시한다. 소재마다 느낌과 특성이 다 다른데 고유의 물성에 따라 디자인의 확장 가능성이 달라진다. 재료의 결을 세밀하게 관찰해 미세한 각도까지 신경 써서 다듬는다. 그렇게 세심한 과정을 거친 원석의 빛은 확실히 다르다. 좋은 디자인은 겉모습만 신경 쓴 것이 아니라 소재 및 기능 등 기본과 관련된 측면도 중시해야 한다. 그렇지만 특정 소재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무조건 비싼 소재라고 해서 그 디자인만의 언어와 감성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할 수는 없다. 제품 콘셉트와 소재가 얼마나 어우러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원석 자체의 가격보다는 원석의 질감과 색감을 더 중요시 한다. 원석 자체보다 디자인이 그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디자인할 때 소재, 색감, 형태 등 어떤 것을 가장 중시하나?

A. 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면 소재, 색감 등 표면적으로 보여 지는 조형적인 요소나 기술적인 요소들이 먼저 이야기 되는데 나는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것을 중시한다. 일단 의뢰인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것을 가장 예쁘다고 느끼는지,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아는 것에서 디자인의 시작점이 출발한다. 고유의 취향이 담긴 요소들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구성한다. 디자인한 결과물의 주변 환경과 분위기,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맥락도 고려한다. 디자인할 때는 사람과 환경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제품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재와 색감은 그 다음 문제다.

Q. 디테일이라는 대답을 예상했다. 디자인에 대해 설명할 때 작은 디테일에도 이야기를 심는다고 느꼈다.

A. 디테일 중요하다. 나의 모든 작업에 내가 고민한 흔적들이 다 남아 있다. 디테일마다 근거 있는 이유들이 새겨져있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여기는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를 물어본다면 명확한 이유를 말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디자인마다 생명력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 다만, 디테일의 지향점이 어디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 타인과 직관적이고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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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장나라와 손호준의 결혼반지. 소원을 이뤄주는 ‘신들의 반지’로 등장한 고백부부 반지는 천상계, 타임슬립된 1999년, 현재 등 상이한 시대들의 이야기를 잘 엮어낸 세련된 디자인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극대화시켰다. (사진: KBS)

Q. ‘고백부부’에 등장한 장나라와 손호준의 결혼반지에도 숨겨진 디테일이 있다고 들었다.

A. 38살의 주인공들이 이혼을 결심한 뒤 결혼반지를 빼면서 과거로 타임슬립 하게 된다는 설정에 착안해 38개의 큐브를 옆면에 조각했다. 단순하게 금을 긋지 않고, 정사각형 형태의 큐브를 하나하나 조각해 넣었다. 하나하나의 큐브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한 해, 한 해 모든 세월이 소중함을 암시했다. 행복하고 불행했던 그 모든 세월이 쌓여서 단단한 사랑이 만들어졌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진주와 반도가 반지를 다시 낄 때, 그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반지인 것이다.(웃음) 어느 하나 의미 없는 시간이 없다는 의미를 반지에 새겨 넣었다.

Q. 38살에 타임슬립하는 주인공 이야기를 38개 큐브로 녹여낸 디테일이 놀랍다. 언뜻 보기에는 수수한 디자인의 반지다.

A. 마진주와 최반도 커플과 닮아 있는 반지를 만들려고 했다.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특별함이 반짝이는 반지.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은반지 같지만 자세히 보면 정면에서 보더라도 반지 옆면의 디테일이 은은한 테두리처럼 보인다. 옆면에 디테일을 넣었는데, 약간의 볼륨감을 주어 정면에서도 그 존재감이 살짝 드러난다. 보일 듯 말 듯 한 각도를 찾느라 고생했다.

일반적인 결혼반지처럼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지 않은 이유는 진주와 반도는 돈에 시달리는 커플이기 때문에 반지에 다이아몬드가 없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화려한 반짝임보다는 금속 자체의 자연스러우면서도 깊은 반짝임이 주인공들과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요란한 디테일이 없는 대신 금속 본연의 색감과 은은한 광채로 유니크함을 더했다. 반지가 타임 슬립의 열쇠다. 반지의 후프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디자인에 끊어짐 없이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는 형태로 신비로운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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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장나라와 손호준의 소원을 이뤄주는 ‘신들의 반지. 주인공들이 38살에 타임슬립한다는 설정에 따라 반지 측면에 38개의 큐브가 섬세하게 조각된 모습이 클로즈업 화면에 그대로 보여 진다. 밤에도 아름다운 광채가 나도록 처리된 섬세한 표면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사진: KBS)


Q. 반지의 색감과 광채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각도에 따라서 색이 다르게 보여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드라마 상에서 봤을 때는 어두울 때 반지가 빛나 보였다.

A. 은은한 광채를 주기 위해서 표면을 섬세하게 처리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테두리는 저속으로 미세하게 깎아내 광택을 냈다. 사선이 아닌 직선으로 정교하게 흠을 내 그것이 미세한 반짝임이 되도록 처리했다. 그래서 각도에 따라 빛나는 느낌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독특한 텍스처로 세련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스지 처리로 하나하나의 결을 살렸다. 양각과 음각이 조화를 이룬 옆면은 유광처리를 하여 고운 빛이 반사되는 효과를 더했다.

큐브는 기계 작업으로 겉만 반짝이게 작업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손으로 다듬어 금속 내부의 광채가 드러나도록 했다. 덕분에 너무 쨍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컬러가 나오게 됐다. 은색의 테두리와 옆면의 로즈골드색이 고유한 색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데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된다. 실물로 보면 더 예쁜 반지다. 사실 각도에 따라 반짝임이 더해지는데, 그 부분이 화면에 잘 드러나지 않아 좀 아쉬웠다. 근데 12회에 내가 생각했던 그 처리가 CG로 두 번이나 들어갔다. 내 생각과 똑같은 느낌이 화면으로 구현돼서 너무 신기했고, 감독님께 정말 감사했다.

Q.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해석한 드라마 내용, 그리고 그 내용을 반영한 디자인의 의도가 드라마를 통해 정확히 보여질 때의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A. 그럴 때 정말 신기하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모든 것이 정확히 보여 졌다. 38개의 큐브를 세공한 옆면이 후프처럼 돌아가며 천계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면도 그렇고, 옆면의 반짝임에 따라 금빛으로 반지가 스르르 사라지는 장면도 그렇다. 각도에 따라 더 빛나는 광채가 CG로 강조된 장면은 최고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나왔다.(웃음) ‘우리 영원히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빌 때, 그런 처리가 들어간 장면은 마치 그 소원이 반지에 봉인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Q. 소원을 이뤄주는 ‘신들의 반지’로 등장한 커플링은 타임슬립의 열쇠로 천계-과거-현재 총 3번 타임 리프 된다. 과거, 현재, 또 천상계의 신과 여신으로 만날 때도 같은 반지를 끼는데 디자인이 어느 시공간에서도 어색하지 않다.

A. 처음부터 과거, 현재, 천상계 세 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디자인을 잡았다. 천상계에서도 꼈을 법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더 신비로운 느낌을 더하고 싶었다. 결혼반지기 때문에 형태는 정형적으로 가되 색감에서 신비로움을 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색감과 표면처리에 신경을 썼다. 천상계 장면에서 착용된 머리장식과 브로치, 벨트, 귀걸이 등의 장신구도 디자인했는데 정말 재밌게 작업했다. 작가님께서 그 장면에 소원을 이뤄주는 ‘신들의 반지’라는 예쁜 이름과 의미도 선물해주셨다. 나에게는 선물 같은 장면이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Q. 에필로그에서 장나라와 손호준이 천상계의 여신과 신으로 변신한 장면의 장신구 역시 눈에 띄었다. 앤티크하면서도 페미닌한 무드의 장신구들 덕분에 자칫 코믹스러울만한 장면이 아름다워 보였다.

A. 장나라 씨는 의상에 레이스가 많아서 장신구는 조금 더 화려한 반짝임을 줘도 될 것 같았다. 머리 장식은 월계수관에서 모티브를 따서 만들었는데 형태가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형태로 제작해 어떤 헤어스타일에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상의 양 쪽 어깨에는 어깨 견장 포인트처럼 의상의 레이스와 어우러지는 진주 브로치를 디자인했다. 헤어 장식과 진주 브로치가 화려하기 때문에 귀걸이는 간결하면서도 반짝임을 더하는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얇은 체인을 길게 늘여서 디자인에 리듬감을 더했고, 장나라 씨의 길고 고운 목선에 잘 어우러지도록 했다.

손호준 씨는 머리꽂이와 벨트를 디자인했다. 머리꽂이는 구불거리는 머리 스타일과 어우러지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나뭇가지와 열매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옷이 많이 풍성한 형태였기 때문에 벨트는 금속을 하나하나 엮어서 유연하게 만들었다. 장신구의 형태는 비교적 단순하게 잡은 대신 풍요로운 금빛을 입혀 신으로서의 위엄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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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장나라와 손호준의 천상계 장신구. 웰계수관에서 모티브를 얻은 장나라의 머리 섬세한 머리장식, 어깨의 견장은 레이스 디테일의 진주 브로치, 하늘하늘하면서도 간결하게 포인트 되는 귀걸이, 나뭇가지와 열매에서 모티브를 얻은 손호준 머리 장식 등 디테일한 장신구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사진: KBS)

Q. ‘고백부부’, ‘별에서 온 그대’, ‘다시 만난 세계’, ‘터널’ 등 타임슬립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디자인을 해왔다. 어려운 점은 없나?

A. 작품마다 새로운 설정이 있기 때문에 늘 다른 것들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고백부부’처럼 천상계로 타임 슬립한 적은 없었다. 천상계로부터 시작된 운명을 상징하고 소원을 이뤄주는 ‘신들의 반지’라니 정말 너무 멋지다. 천상계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 중 하나다.

Q.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을 넘어 경계가 없는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다. 주얼리부터 소품, 가구 등 패션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디자인 세계를 구축했다. 아이디어의 영감은 어디서 받나?

A. 영감은 여기저기서 많이 받는데 특히 사람들을 많이 보려고 한다.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로 물건 그 자체에서 출발하기보다 사람의 행위를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돕기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이런 사고가 바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제품의 형태에 관한 경계를 따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사실 생활 패턴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어떤 용어를 지칭하는 개념 자체도 조금씩 바뀌고 있지 않나. 용어나 틀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본질적인 개념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이너로서 주어진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조를 해야 한다.

Q. 디자인 애티튜드가 상당히 인간중심적이다. 그간의 작품 활동을 보면서 디자인을 통해 시청자와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주얼리를 보고 눈물 흘리거나 추억을 되새길 때면 시청자 역시도 그 추상적인 감정이 오롯이 이입되고는 한다. 사람들이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그 여운을 기억하기 위해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을 따로 찾아보고 굿즈로 구매하며 오래도록 추억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디자인의 비밀은 어디 있을까?

A. 기술적인 요소만으로 찍어 내듯이 만드는 제품하고 소장하는 당사자의 감성과 감정을 담아서 만든 작품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금속 공예 자체에 따뜻한 느낌이 있다. 감성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모든 제작 과정에 정성이 가득 담기 때문인 것 같다.

Q. 이런 인간적인 애티튜드 뒤에는 인문학을 전공한 배경이 한 몫 하는 것인가? 미학을 복수 전공했다고 들었다.

A. 인문학적 지식은 뭘 하더라도 중요한 것 같다. 통찰력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준다. 일을 하면 할수록 예술가들이 메타 수준의 문제들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느낀다. 미리 공부하길 참 잘한 것 같다. 대부분 디자인하는 친구들이 경영을 복수 전공한다. 나도 경영학 수업들을 재밌게 듣기는 했는데 미학에 좀 더 관심이 갔다.

Q. 미학이라는 분야가 좀 생소하다. 다수가 선택하는 분야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학교에만 개설돼 있는 학과다. 빌보드에서 주목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제작자 방시혁이 졸업한 과로도 유명하다. 어려운 분야기에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누군가의 추천이 있었나?

A. 아무도 추천 안했다. 말리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웃음) 미학이라는 이름도 좋았고, 우리학교에만 있는 과라는 특수성도 좋았다. 내가 원래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이나 흔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싫어한다.(웃음) 미학이 정말 어려운 분야지만 참 재밌긴 했다. 완벽하게 마스터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많이 배웠다.

Q. 의상과 주변 상황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주얼리를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스토리텔링 주얼리로 감성 디자인 세계를 펼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대학에서 의상과 미학을 공부한 것이 남다른 주얼리 세계관을 펼치는 것에도 도움 되는 것 같은데 어떤가?

A. 도움이 된다. 주얼리는 의상과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도 해야 되고, 주얼리 그자체에 생각과 스토리를 담을 수 있어야 하기도 한다. 의상과 미학 모두 내게 꼭 필요한 공부들이었다. 심미적이고 명분적인 설득의 학문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지극히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의 영역이지만, 촘촘하게 설득력이 있는 디자인을 해야 다수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Q. 디자인에 대해 설득하는 스타일인가?

A. 억지로 설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의뢰하는 사람의 니즈를 기본으로 하고 기준으로 삼아 디자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설득이 되는 것 같다. 선택한 소재와 기법이 충분치 않다고 느껴지면 바로 손을 놓는데 원점(고객의 니즈)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하다보면 답이 나온다. 디자이너는 의뢰인이 원하는 바가 애매모호하더라도 그것을 예민하고 정확하게 캐치하여 유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Q. 다수가 시청하고 평가하는 드라마 디자인은 어떻게 하나?

A. 드라마 디자인은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면서도 새로워야 하는 작업이다. 세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감성을 기본으로 약간의 창의력을 발휘해 디자인한다. 너무 앞서가도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절제된 창의성이 필요하다. 그 미묘한 지점을 캐치해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센스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심미적인 것을 넘어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역할을 하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Q. 대중 매체로 선보이는 디자인은 파급력이 상당하다. 꼭 지키고자 하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나?

A. 나는 공공미술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하는 작품들이 좋은 기운을 전해줬으면 한다. 기쁨과 행복함을 전달해주는 부적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콘셉트 상 가능하다면 좋은 에너지를 의미하는 기호나 건축 양식을 참고해서 디자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괴기스럽거나 음산하고 무서운 것을 상당히 싫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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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기’ 차승원 우마왕 반지.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고, 보석이 움직이는 유리알이 독특한 반지다. (사진: tvN)

Q. tvN 드라마 ‘화유기’ 티저에서 등장한 우마왕, 차승원 반지는 약간 괴기스럽고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물방울처럼 생겨서 빛을 발하는 볼이 독특하다.

A. 사연이 있는 반지다. 반지의 디테일이 드라마 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못하겠다. 사실 이전에 많이 해봤던 스타일이 아닌지라 자신감이 없었다. 근데 차승원 씨께서 사람들 앞에서 ‘디자인 좋다’고 여러 차례 말씀해주셔서 힘이 났다. 차승원 씨께서 반지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도 내주셨는데 최종 디자인에 많이 반영됐다. 덕분에 디자인도 한층 더 발전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 용기를 얻어서 차승원 씨의 안경까지 디자인하게 됐는데, 안경도 칭찬받았다. 칭찬의 힘은 안 해본 것도 해보게 만든다.(웃음) 티저에 반지가 너무 멋있게 나왔다. 내가 한 백번쯤 본 것 같다.(웃음) 그런 화면 볼 때마다 정말 큰 선물 받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아닌 물건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특별해지고 생명력을 얻는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

Q. 아까부터 디자인 이야기할 때마다 계속 ‘감사하다’고 한다. 뭐가 그렇게 감사한가?

A. 정말 고맙다. 고마운 일투성이다. 많은 분들께서 신경써주셔서 화면에 그렇게 잘 나오고, 두고두고 회자 된다. 내가 이만큼 큰 호의를 받을만하게 작업을 했는지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지고 그렇다.

Q. 정재인 작가도 밤새 고생해서 만들고, 드라마 쪽도 화제가 될 만큼 좋은 디자인을 받아서 윈윈이다. 일하면서 상호 필요한 일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데?


A. 내가 밤새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말하기도 민망하다. 다들 밤새면서 열심히 하신다. 그리고 당연한 것 이상으로 잘해주신다. 근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도 없다. 당연한 것이면 고마우면 안 되나? 당연한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고마워하면 그 마음이 또 고맙고 서로 고마워하면서 살아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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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박형식(삼맥종, 지뒤)은 화려한 장신구 착용이 많았던 신라시대의 진흥왕 역할로 주목받았다. 신라 김씨 왕계의 유일한 성골 왕위 계승자임을 증명하는 황금빛 장신구가 주를 이루며 범접할 수 없는 화려함을 내뿜었다. 머리 장신구, 목걸이, 벨트, 노리개, 팔찌, 반지 등 디테일이 섬세하게 세공된 장신구들을 소화해내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히, 왕이 되는 박형식의 운명을 상징하는 ‘쌍룡팔찌’는 큰 화제를 모았다. (사진: KBS)

Q. 남자 장신구 하니까 드라마 ‘화랑’에서 보여준 남자 장신구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박서준, 박형식, 도지한, 샤이니 최민호, 조윤우, 방탄소년단 뷔(김태형)까지 남자 주인공들의 새로운 룩을 제시했다. 캐릭터별로 각각 다른 귀걸이, 머리 장신구, 목걸이, 노리개, 반지, 팔찌 등으로 색다른 모습을 창조해냈는데 방영 내내 화제였다. 눈에 튀게 화려한 장신구들인지라 어색할 법도 한데 각자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A. 감사하다. 재밌게 작업했던 작품이다. 함께 했던 분들께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었다. ‘화랑’도 많은 분들께서 자꾸 칭찬해주셔서 안 해봤던 디자인들도 신나게 해볼 수 있었다.(웃음) 진짜 부족한 것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 의상팀, 분장미용팀, 소품팀 미술팀들 다 너무 많이 신경써주셨다. 캐릭터 별로 예쁘게 장신구 소화해주신 배우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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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최민호(샤이니 민호, 수호)는 귀족 중의 귀족, 진골 중의 진골로 제대로 인물값 한다는 설정에 어울리는 장신구들이 눈에 띄었다. 길게 늘어진 다채로운 색감의 귀걸이와 머리장식, 조형적인 문양의 반지들을 착용하며 화려한 바람둥이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사진: KBS)


Q. ‘화랑’은 다채로운 디자인의 귀걸이들이 특히 화제였다. 진흥왕 역의 박형식만 귀걸이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원래 박형식 씨께서 가장 화려한 장신구들을 착용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귀걸이 이야기도 나오기는 했는데, 박형식 씨께서 “귀걸이요?”하고 되물어보셨다. 그 말을 듣고 ‘귀걸이는 조금 불편하신가보다’ 생각해서 설정하지 않았다. 사실 피팅날 보니 김태형 씨만 귀를 뚫으셔서 한성만 귀걸이를 설정했다. 수호와 여울은 촬영이 진행되면서 설정됐다. 그래서 귀를 안 뚫고도 쓸 수 있는 클립형의 귀걸이를 뒤늦게 개발했다. 준비한 시간이 짧아서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 예쁘게 소화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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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김태형(방탄소년단 뷔, 한성)은 귀여운 막내 이미지에 어울리는 밝고 맑은 파스텔 색감의 귀걸이, 머리장식, 반지 등을 착용했다. 독특한 입체감이 돋보이는 비정형적인 장신구는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캐릭터의 특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달랑거리면서 움직임이 많은 시계추 같은 귀걸이는 한성의 활발한 성격을 상징한다. (사진: KBS)


Q. 단지 “귀걸이요?” 하고 되물어본 것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낸 것인가. 그런 세심한 것을 캐치해내는 센스가 있는 덕분에 다수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디자인을 제시할 수 있나 보다.

A. 원래 그렇게 싫은 말을 직접적으로 하시는 성격이 아닌 것 같아서 그런 말들을 더 귀담아 들으려고 했다. 결국 각자의 성격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이게 예쁘고 정답이라며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스타일은 오래갈 수 없다. 프로젝트마다 내 정체성을 담는 것보다 클라이언트에 공감하고 그만의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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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조윤우(여울)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긴 머리를 곱게 빗어 내리고 부채와 같은 소품을 들고 다니는 등 손 제스처가 많은 인물이다. 단아한 곡선으로 디자인된 핸드 커프와 반지는 여성성이 공존하는 듯한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선이 많은 디테일에 크림 진주 빛을 기본으로 옅은 농담의 색감으로 구현한 장신구가 눈에 띈다. 목걸이, 귀걸이, 머리 장식 등 장신구 활용이 많았지만 절제된 색감의 사용으로 세련된 느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진: KBS)


Q. 시대극에서도 큰 활약을 펼치며 디자인을 통해 시대 상황과 문화 양식을 담아내고 있다.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참여한 작품이라고 하면 어떤 장신구와 소품이 등장할지 기대부터 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게 된다. 장신구가 단지 보는 즐거움을 넘어 주제를 함축한 장치로 미장센의 기능을 하는 것이 독특하다.

A. 캐릭터가 착용한 장신구, 의상, 인물이 머무는 공간에 있는 하나하나 의미가 담겨 있는 것들이다. 캐릭터, 시대 상황 등 작품의 주제와 콘셉트를 고려해 설정되고 시대와 삶을 담아내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텍스트로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상황에 맞는 장신구, 의상, 소품 등을 통해 시대상황과 복합적인 문화 양식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서의 역할도 하고, 복선의 구실도 한다.

Q. 대본을 보고 기획을 하는 장신구 디자이너로서는 정재인 작가가 최초가 아닌가?

A. 자꾸 최초, 최고 하면 너무 부담스럽다.(웃음) 장신구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지 누군가가 다 고민하면서 잘 해왔던 일들이다. 보통은 장신구가 전시되면 소품팀, 머리에 꽂히면 분장미용팀, 착용되면 의상팀 이렇게 분류된다. 그렇게 나뉘면서 전체적인 통일성이 깨지기도 하고 전문성도 약화되는 등 여러 가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내가 작품에 참여한다고 해서 혼자서 하는 일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장신구인지 파악한 뒤에 작품 안에 있는 많은 분들과 의논하며 만든다. 작업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

Q.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힘들지는 않나?

A.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하면 좋은 말만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정확히 있는데 아직 모든 단계를 구체화시킨 것은 아니기에 자세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두가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 좋은 생각이야. 준비만 잘하면 내년에라도 이뤄낼 수 있어’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네가 생각한 일은 다음 세대면 몰라도 네 세대에는 못 이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Q.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정재인 작가가 일을 계속해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말의 영향력이 생겨서일 수도 있고, 모호한 개념이 점차 정확해지면서 공감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A. 언제라도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해서 잘하고 있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신념은 어떤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굳건한 신념을 가지려면 스스로의 실력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감이 생기면 주변의 변화가 두렵지 않게 된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구체화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지금은 일할 때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분명히 효율적이고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길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되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Q. 일할 때마다 그런 고민들과 함께 하나?

A. 막상 일할 때는 먼 미래의 일 까지는 잘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그 때 그 때 일에 집중하기에도 바쁘다. 지금까지의 과정만 봐도 어떤 목표의식을 가지고 했다 라기 보다는 그냥 주어진 일들을 재밌게, 또 열심히 했다. 근데 많은 일들을 하면서 문제라고 느낀 것들이 반복되면서 점점 고민으로 다가왔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하면 발전이 없다. 내가 새로운 방향으로 일을 하고자 한다면 내가 하는 일이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에게 내 일이 도움이 된다면 내 일도 받아들여지고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Q.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아서 한다면 이윤대신 도움을 택한 방식을 선택한 것에 회의감을 느낀 적은 없었나?

A.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결과가 난 적이 더 많았다.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는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면 좋지 않나. 어떤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뭘 얻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그 일을 했을 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더 많이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가 일을 참 즐겁게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내가 더 도움을 받았다. 운이 좋은 것 같다.

Q. 협업을 상당히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는 것 같다.

A.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연결이 긴밀해진 디지털 시대에서는 공유와 협력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다.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이 이뤄져야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나 혼자서 다 잘해낸다.’는 말은 별로 부럽지 않다. 집단으로 성장하고 싶다. 우리 회사도 구성원 모두가 중요한 일을 하고 협력해서 성과를 내는 체계로 돌아간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항상 행복하게 느껴진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Q. 워커홀릭 아닌가?

A. 일이 재밌기는 하지만 나 없이도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이 꿈이다.(웃음)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도 잘 다니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하고 있다. 인생이 일로만 채워진 시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일과 일상의 균형을 찾으면서 살려고 하고 있다.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까 커리어보다 일상의 행복을 택하는 분들도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공감이 되면서 ‘나이가 들었구나.’ 싶기도 하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들에 더 공감을 할 수 있게 되고 좋은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을 잘 못했다.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Q. 업계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A. 그런가. 다른 주얼리 디자이너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잘 모른다. 다들 여러 가지로 많이 신경써주시고 잘 해주려고 하신다. 내 옆에 진짜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확실히 많기는 한 것 같다. 그 마음에 내가 더 잘하고 싶어진다. 협업의 폭이 넓은 만큼 여러 분야로부터 의뢰를 받는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일이 많다. 내가 잘해주려고 하면 디자이너가 왜 디자인의 가치를 내리냐며 받을 만큼 받으라고 말씀하시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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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에서 검색된 다양한 민휘아트주얼리의 팬 굿즈. 민휘아트주얼리 장신구 디자인에서 영감 받은 사람들이 인형 미니어처, 그림, 실, 뱃지, 팬아트 등 다양한 형태로 굿즈를 만들고 있다.(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Q.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의 SNS를 보면 해외 팬들도 주얼리가 예쁘다는 반응을 많이 보인다.

A. 정말 너무 감사하고 신기한 일이다.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다. 해외 쪽으로 따로 홍보나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들 알고 계속 찾아오시는지 모르겠다. 이야기 나누다 보면 우리가 활동한 일들을 정말 다 알고 계신다.(웃음) 몇 년째 시즌마다 오시는 단골손님들도 많다. 정말 감사한 것은 우리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신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해주신다. ‘이 점이 너무 좋은데, 인터넷 상으로 잘 안 드러난다. 이렇게 해보면 좋겠다.’와 같은 의견들을 많이 내주시는데, 정말 든든하다.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Q. 디자이너로서 소비자를 팬으로 만들 수 있는 디자이너가 흔치 않다.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인형, 캐릭터 등 각종 2차 작품들이 생성되는데 어떻게 보는가?

A. 개인 소장용으로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상업적으로 쓰이지 않는다면 좋겠다. 상의 없이 상업적으로 도용된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 때마다 슬프다. 보통 카피되는 상품은 대량으로 카피된다. 시체처럼 몇 백 개가 쭉 늘어져 있는 사진을 보면 진짜 마음 아프다. 내가 노력한 시간들이 가볍고 가치 없게 여겨진 느낌이 든다.

Q. 민휘아트주얼리라는 브랜드에 유독 마니아층이 많은 것 같다. 100명이 1개씩 사는 것보다 1명이 100개를 사게 만드는 것이 진짜 브랜딩이라고 하는데 어떤가?

A.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진짜 그렇게 우리를 믿어주고 우리를 계속 찾아주는 분들이 많다. 우리가 시도해보지 않은 아이템도 꼭 우리에게 사고 싶다며 주문 제작을 하시는 바람에 주얼리 카테고리가 늘어나게 됐으니까 말이다. 해외에서 일 년에 2-3번씩 꾸준히 오시는 분들을 보면 우리의 작품들을 다 캡처해놨다가 한꺼번에 모아서 구매해 가신다. 캡처한 자료들을 보면 정성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렇게 진심으로 우리의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뭉클하다.

Q. 마니아층이 있어서 안 좋은 점도 있나?

A. 안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뭐가 바뀌어도 바로바로 피드백이 온다. 예를 들어 어떤 사진이 바뀌어도 연락오고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바로 연락 온다. 변화 전에 이미지를 캡처해서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다.(웃음) 사실 주얼리에 세팅된 원석의 경우, 기존에 다듬어 놓은 원석이 소진되고 새로운 원석을 구매할 때 원석의 가격이 변동되기도 하고 모양이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근데 그런 것들은 그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니까 감사하다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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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 소녀시대 윤아 장신구.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디테일의 장신구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사진: MBC)


Q. 원석 작업은 주로 전통 사극을 통해 보여 지고 있다. 전통 사극 장신구를 작업할 때, 고증에 더 충실할 것인지, 현대화를 더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많을 것 같다.

A. 그런 부분은 처음에 의뢰 올 때 같이 이야기가 오는 부분이다. 좀 더 새롭게, 퓨전화를 원하는 작품이 더 많기는 하다. 고증에 철저한 작품들은 이미 기존에 많이 제작됐기 때문인 것 같다. 디자이너는 의뢰인이 원하는 상황에 맞게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의뢰 오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전통, 고증만을 고집하는 일은 맞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사람을 장인이라고 한다면 장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은 다르다. 나는 나 자신을 장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장인이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드라마에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증에 대한 부분은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면 할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남아있는 자료들이 한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훼손 전의 원형이 어떠하였는지, 우리나라의 것인지, 교역을 통해 진상된 것인지 등등 그 유물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대량 생산이 없었던 시기다. 옷도 그렇고, 장신구도 그렇고 디자인이나 제조 방식이나 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그 중에서 가장 따라야 하는 전통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지, 누가 정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물론 시기마다 구분되는 특징들은 있다. 고구려 시대,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특징이 각기 다르듯이 전통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해왔다. 그래왔듯이 현재의 전통도 발전해야 한다.

특히, 의상과 장신구는 시대에 따른 생활상을 밀접하게 반영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 전통을 제대로 공부하고, 현재의 생활상에 맞게 변화를 모색하며 다음 세대의 발전을 만드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전통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현대로 이어가려는 노력이 더 빛나는 가치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 진정으로 함께 해야 문화로 이어질 테니까 말이다. 단순히 과거의 자료들을 재편집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열린 눈과 마음으로 우리의 유산을 들여다보면 공예와 산업의 연결지점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Q. 디자이너로서 장인과 함께 일하고 있기도 하고, 장인과의 콜라보레이션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A. 관심은 늘 많다. 전통 공예를 전승하는 사람과 디자이너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바탕으로 협업하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 개발된 상품의 생산성 문제나 판로 등 현실적인 한계점도 함께 고민하고 극복해 나가면서 전통을 재해석하는 일이 필요하다. 당장 큰 결과물이 없더라도 작업을 꾸준하게 이어가면 유의미한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 디자인의 의도가 대중에게 읽히지 않을 때도 있을 것 같다. 하나의 예를 들면 배씨 댕기를 왜 성인 연기자가 쓰냐는 글이 눈에 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드라마 제작진들 중에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모르고 만드는 사람은 없다.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세월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설정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머리 스타일에 따라 설정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다. 떨잠이 없는 장신구에 대해서도 말이 나오는 것을 봤다. 중요한 감정 씬에서 떨잠이 계속 흔들리면 시선이 연기자로 가지 않고 떨잠에 가서 몰입이 어렵다. 연결에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때문에 제작진에서 떨잠이 없는 장신구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다 있는데 무조건 비난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품 하나하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고 소통하며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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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유아인의 장신구가 돋보였던 작품으로, 특히 ‘조선시대 패셔니스타’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매 장면 아름답게 바뀌는 장신구들이 화제였다.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장신구 디자인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작품이다. (사진: SBS)


Q. 처음 작품을 선보이며 데뷔한 작품이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다. 당시 9번이나 등장한 장희빈의 모습이 얼마나 다르게 그려질 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았다. 특히, 그 때만 하더라도 장신구는 사람들이 따로 주목해서 보는 요소가 아니었다. 근데 드라마 방영 내내 ‘장신구 디자인’ 그 자체가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어떤 노력이 있었나?

A. 퓨전 사극이고, 장희빈이 조선시대의 패션디자이너이자 패셔니스타 장옥정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극이니까 과감하게 디자인하자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기존에 있던 작업들과는 다르게 하고 싶었다. 2000년대 장희빈과 2013년 장옥정이 똑같은 모습이면 뭐 하러 만드나 싶었다. 함께 하는 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Q. 데뷔작이고, 정재인 작가를 널리 알린 작품이니까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그 때 만난 인연들과 지금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나?

A. 그렇다. 얼마 전에 ‘장옥정’의 동평군(이상엽 분) 매니저 분이었던 분께서 결혼하셨다. 결혼반지를 우리에게 맞추셨는데, 결혼식 내내 얼마나 흐뭇한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대견하고 흐뭇한 느낌이랄까. 사실 나보다 오빠인데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근데 내가 결혼반지를 해 준 커플의 결혼식장에 가면 꼭 그런 기분이 든다. 흐뭇하고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고, 마냥 축복하고 싶고 그렇다. 오빠도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싸이더스의 많은 배우 분들께서 축가 도중에 꽃을 건네는 그런 멋진 이벤트를 해주셨다. 정말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장옥정’ 한복을 했던 박선이 원장님과는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또 다시 만나게 됐다. 선생님께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들을 다 네게 알려주고 싶어. 나는 네가 최고가 됐으면 좋겠어.” 하셨는데 정말 감동받았다. 실제로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신다. 이런 소중한 인연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덕분에 ‘사람은 역시 착하게 살아야 되는구나.’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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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가씨’ 김민희와 김태리의 스피넬 귀걸이. 엔티크하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에 기품이 흘러넘친다. (사진: 영화 ‘아가씨’)

Q. ‘왕은 사랑한다’에서도 아름다운 장신구들을 볼 수 있었다. 같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달의 연인-보보 경심 려’에서와는 또 다른 톤의 장신구를 선보였다. ‘왕은 사랑한다’가 전체적으로 좀 더 톤 다운된 느낌이었고 디자인도 더 간결해졌다. 제작진이 레퍼런스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나?

A. 레퍼런스로 따로 받은 것은 없지만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들었다. 기존의 사극보다 좀 더 현대적으로 디자인을 풀자는 의견이 많았다. 감독님께서는 우리 작업 중에 영화 ‘아가씨’에 등장한 귀걸이나 기모노 장신구들을 예쁘게 보셨다고 말씀해주셨다.

Q. ‘달의 연인’, ‘왕은 사랑한다’에 나란히 함께 한 홍종현과의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작업 과정이 좋았나 보다. 다정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A. 홍종현 씨가 원래 모두에게 다정한 분인 것 같다. 작업 과정도 좋았다. 홍종현 씨가 ‘달의 연인’ 제작발표회 때 다음 작품에서도 만나게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정말 감사했는데 진짜 바로 만나게 될 줄 몰랐다.(웃음) 이번에도 종방연 때 “다음에는 현대극에서 또 만나요.” 하셨다. 또 만나면 신기할 것 같다. 하하

Q. ‘왕은 사랑한다’에서 홍종현의 이름을 봤을 때 망설여지는 지점도 있지 않았나? ‘달의 연인’에서 홍종현이 한 장신구들이 워낙 화제였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봤을 때는 똑같은 인물을 똑같은 시대 배경에서 작업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A. 내가 ‘왕은 사랑한다’에 합류하기로 했을 때는 ‘린’ 캐스팅이 미정인 상태였다. 홍종현 씨가 한다고 들었을 때 좀 놀랐다. 보통 배우 분들께서 사극을 연달아 하는 경우가 잘 없을뿐더러 ‘달의 연인’과 ‘왕은 사랑한다’가 같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사실 반갑기도 했지만 고민도 됐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데 내가 도움이 잘 못될까봐 걱정했다. 근데 초반에 제작사 대표님과 홍종현 씨와 장신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 홍종현 씨가 이번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나 이 작품에 임하는 각오들을 말씀하셨는데 어떤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전까지 ‘왕요’가 자꾸 오버랩 됐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나도 ‘린’ 캐릭터만 생각하면서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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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달의 연인’ (하) ‘왕은 사랑한다’ 홍종현. 같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작품이지만, 다른 스타일의 장신구가 눈에 띈다. ‘달의 연인’ 왕요는 과감한 컬러의 대비로 화려하고 강렬한 디자인의 장신구를 착용했다. ‘왕은 사랑한다’ 왕린의 장신구는 절제되고 단정한 선과 면의 활용으로 구현된 입체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콘셉트가 다르게 디자인된 장신구는 한 인물을 다른 캐릭터로 완성 하는데 큰 몫을 했다. (사진: SBS, MBC)


Q. ‘왕은 사랑한다’는 드라마 사상 최초로 8인의 의상 디자이너가 참여해 화제였다. 그동안 많은 한복 디자이너와 일해 봤을 것 같은데 어땠나?

A. 한 작품 안에 씬 별로 다른 한복 디자이너와 일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 화보, 패션쇼 등을 통해서 만난 적이 있던 선생님들이 많았다. 한복마다의 특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점이 작업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Q. 한 작품 안에 많은 의상 디자이너와 호흡하며 일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다.

A. 장면에 대해 설명 들은 뒤에 의상 시안을 먼저 받고 장신구를 디자인하는 식으로 작업했는데 그러다 보니 장신구 제작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함께 하는 분들께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파이팅하며 작업할 수 있었다. 사실 장신구까지 같이 다루는 한복 선생님들도 많으시다. 근데 선생님들께서 “역시 민휘아트주얼리다”, “장신구는 민휘아트주얼리에서 해야지” 하면서 계속 챙겨주셨다. ‘왕은 사랑한다’ 작업할 때 ‘엽기적인 그녀’가 방송되고 있었는데, 선생님들께서 “장신구 보려고 ‘엽기적인 그녀’ 본방 사수 하고 있다. 역시 너무 예쁘다”며 응원해주셨다. 예쁨 받고 배려 받으면서 작업했다. 피팅 날, 포스터 촬영 날, 제작발표회 날 등 이벤트마다 다 다른 한복 선생님과 함께 있었는데 늘 든든했고 감사했다.

Q. 정재인 작가 혼자 8명의 의상 디자이너와 호흡을 맞춘다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혼자 한 것은 아니다. (어머니) 김민휘 작가님도 함께 했고, 우리 민휘아트주얼리 식구 모두 함께 했다. 그리고 제작사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보통은 작품 안에 세세한 미술을 미술팀과 소통 하는데 이번 작품은 좀 다른 구조로 흘러갔다. 제작사 대표님께서 아트 디렉터의 역할을 겸하셨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술이 그려졌기 때문에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계속 물어보기도 하고 힘들다고 이야기 한 적도 있는데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장신구만 따로 관리해주는 제작피디님도 계셨다. 제작사 분들 모두 항상 좋은 말씀 해주시고 여러 가지로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Q.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의상과 가장 주얼리가 잘 어우러졌던 착장을 꼽는다면?

A. 의상들이 진짜 다 멋져서 함께하는 내내 나도 늘 새로운 영감을 받았다. 멋진 의상들 덕분에 주얼리도 예쁘게 잘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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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 임시완과 임윤아의 화려한 방 구석구석 정재인 작가의 미감과 품격이 지문처럼 담겨있다. 정재인 작가의 손길이 닿은 소품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사진: MBC)


Q.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비녀, 목걸이, 반지, 치포관, 상투관, 머리장식, 노리개 등 착용 장신구를 넘어 왕좌, 휴식 의자, 벽에 걸린 그림, 약장, 탁자, 보석함, 신발 등 소품과 가구까지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A. 드라마를 작업할 당시 기업체로부터 디자인 의뢰를 받았다. 기업 측과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드라마와 잘 맞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디자인하는 아이템들을 드라마에 녹여내자는 의견을 냈다. 갑작스럽게 의견을 냈는데도 기업과 드라마 제작진에서 좋게 봐주셔서 일이 잘 진행됐다.

Q. 디자인한 아이템들이 주로 배우 임시완이 맡은 왕원을 통해 보여 졌는데 임시완을 뮤즈로 삼은 이유가 있었나?

A. 임시완 씨의 역할이 왕이라서 잘 맞는 부분이 있었다. 기업은 ‘한국적인 아이템으로 디자인을 풀어내서 세계에서도 1등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생각이라면 한국의 왕이 사용했던 아이템으로 푸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았다. 왕은 최고의 물건만 사용했을 테니까 말이다.

Q. 임시완의 의견이 반영된 디자인도 있나?

A. 특별히 디자인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처음 만난 날에 장신구들을 많이 보시기에 좋은 의견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근데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제가요? 제가 디자인을요?” 하셨다.(웃음) 다 멋있고 좋다며 좋은 말씀들만 해주셔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Q. “제가 디자인을요?”이라니 배려심이 많은 사람인가보다.


A. 나도 그렇게 느꼈다. 겸손하고 좋은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친절하게 잘 대해주셨다. “‘화랑’하셨으면 (박)형식이를 보셨을 테고, 그러면 저와도 얼굴은 못 봤어도 구면인 셈이에요. 잘 부탁해요.” 하셨다. 사람이 뭔가 해맑고 벽이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한복 선생님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셔서는 “왜 그렇게 배시시 웃어요?” 물어보시고 그랬다.(웃음) 모든 사람들에게 벽 없이 잘 다가가고 편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임시완 씨야 뭐 워낙 모든 분들께서 좋아하셨다. 얼마 전에 제작사 분들께서 다 같이 숍에 놀러오셨는데 갑자기 “1년 몇 개월 지나면 시완 씨 군대에서 나오네.” 하셨다. 날짜 까지 손꼽아 기다리시다니 놀랐다. 심지어 남자 제작피디님이셨다.(웃음)

Q. 임시완과 관련한 아이템 중에 특별하게 공들인 아이템은?

A. 왕좌와 휴식 의자. 왕과 용을 모티브로 삼아 입체적으로 디자인했다. 기존의 의자 형태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드라마의 톤이나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한 최적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기업체와 콜라보레이션한 아이템 중에 메인 아이템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왕이 앉는 최고의 의자라는 설정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드라마에서 충렬왕(정보석 분), 충선왕(임시완 분) 고려의 왕이 두 명이나 앉는 왕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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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 임시완, 정보석 왕좌. 기업체와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아이템으로 기업이 기존이 판매하던 원래의 모델에 드라마에 어우러지는 디테일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다. (사진: MBC)


Q. 의자를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왕이 앉는 의자라는 설정이 의미 있는 일이었을 것 같다. 절대 권력자만이 앉을 수 있는 왕실의 의자라는 상징적인 이미지에 디자인을 입혀 새로운 사례를 제시했다.

A. 가치를 지닌 전통의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소개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Q. 주얼리 디자이너가 의자 디자인으로 디자인 세계를 넓혔다. 그간 다양한 소품 디자인들을 선보여왔지만 의자는 부피가 좀 크다. 의자 디자인에 부담감은 없었나?

A. 주얼리에만 얽매이지 않고, 크고 넓게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아이디어를 주로 내고 실질적인 작업 과정에 일일이 참여하지는 않는다. 의자가 어떤 상황에 놓이고 어떤 구도로 보여 질지를 먼저 생각했다. 어떤 색감과 형태, 디테일로 풀어질지, 드라마 측의 요구사항과 기업의 요구사항을 다 종합해서 큰 그림을 그린 뒤에 각 부분을 실행할 적임자들을 찾았다. 부분 별로 중시되는 사항들이 달라서 부분, 부분 작업하는 분들끼리는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그걸 다 조율하면서 조화를 이뤄 내는 것이 어렵기는 했다. 의자가 나중에 들어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미 촬영된 배경과 주변의 소품들과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디자인에 고려할 점들이 많았지만 워낙 급하게 추진된 일이라 시간이 없었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시간 내에 최상의 결과물을 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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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 화장품 회사와 콜라보레이션 한 작품의 변형된 버전이 드라마의 중요한 장면에도 등장했다. 해당 제품은 별도의 홍보 없이 7천 세트가 조기 완판 되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MBC)


Q. 민휘아트주얼리라는 브랜드로 협업 제안이 온 기업의 사례를 드라마 PPL로까지 확장 연결해서 역제안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왕좌에 고려의 왕이 두 명이나 앉았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드라마 내용 상 빈 왕좌가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있다. 마지막 회에서 임시완이 원나라로 떠나면서 그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듯 왕좌가 비어있는 채로 화면에 잡힌다. 그런 부분을 미리 알고 역제안한 것인가? 대본을 보면서 디자인할 작품이 잘 드러날 부분까지도 캐치하면서 디자인 하는지?

A. 그럴 때도 있고 우연히 상황이 잘 맞을 때도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자연스럽게 잘 맞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제시하는 일이 상대방에게 좋은 일이 되어야 한다. 내가 봤을 때는 기업 측에도 정말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안할 수 있었다.

Q. 왕좌가 중요한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고정된 느낌의 아이템이라서 그런지 ‘왕좌가 그냥 왕좌이지 뭐.’ 그런 생각을 했다. 콘텐츠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근데 이야기를 쭉 듣고 보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아이템이 색다른 방식으로 콘텐츠화되어 잘 살아나게 됐다고 느껴진다. 그간 정재인 작가는 드라마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소품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디자인을 많이 해왔다. 발상의 전환에 대한 힌트는 어디서 얻나?

A. 평소에도 어느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전부 다 평생 영상 자료로 남는 한국의 소중한 콘텐츠인데 좀 더 좋은 디자인으로 계속해서 회자되면 좋지 않나. 소품만 봐도 그 장면을 계속해서 기억해주시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감사하다. 사실 일주일에 두 번 방영되는 드라마 특성상 시청자의 사라지는 기억을 붙들려면 중심 스토리를 특정한 이미지와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품으로 시청자와의 시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래서 디자인에 스토리를 녹여내는 작업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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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드라마 ‘달의 연인’에서 완벽한 해수의 모습으로 변신했던 아이유는 잡지 화보에서 민휘아트주얼리의 현대적인 귀걸이 역시 멋스럽게 소화해냈다. (사진: cosmopolitan)


Q. 사극과 현대극, 케이팝을 넘나들며 디자인 세계를 펼치다 보니까 한 셀러브리티에게도 다양한 모습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정재인 작가만의 장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달의 연인’의 아이유, ‘봉이 김선달’의 시우민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A.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원래 예쁘고 멋진 분들이라서 좋은 모습들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 주얼리가 나가면 나도 정말 열심히 챙겨본다.(웃음)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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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시우민, 영화 ‘봉이 김선달’을 통해 멋지게 변신했던 시우민은 매거진과 첸백시 활동 때 민휘아트주얼리의 모던한 귀걸이와 반지 등의 주얼리들을 소화해냈다. (사진: vogue, mnet)


Q.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디자이너기에 느끼는 중압감도 상당하지 않나. 다양한 작업들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스스로 완성도 면에서도 욕심이 많을 것 같다. 구현하고자 하는 이상을 시간 때문에 타협할 때 힘든 점은 없는지?

A. 타협해야 될 지점도 있기는 하지만 시간 내에서 항상 최선을 다 한다. 시간은 짧게 주어지지만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방송 일을 계속 하다 보니까 요령도 생겼다. 스스로 ‘여기는 잘 안보이겠다, 저기는 더 돋보일 테니 신경 써야겠다’는 것들이 보인다. 시간 때문에 처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다 구현하지 못할 때도 있다. 아쉽지만 내 작업 때문에 촬영 시간을 늦춰달라는 말은 못하겠더라. 근데 제작 기간을 배려해서 스케줄을 뒤로 조정해주시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최근에 작업한 SBS ‘언니는 살아있다’의 사파이어 보석 세트도 그랬다. 대본 나오고 촬영 날까지 하루 반이 주어졌는데 촬영 일을 하루 더 미뤄주셨다. 근데 그 이야기를 보낼 때쯤에야 듣게 돼서 완성한 대로 그냥 보내기는 했는데 그렇게 배려해주시는 일들이 너무 감사했다.

Q. 그 많은 것을 하루 반 만에 만들었나? SBS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서 비춰진 사파이어 보석 세트는 연일 화제였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브로치, 팔찌 5가지의 귀금속 풀세트가 등장했고 아이템마다 비밀 스토리가 있었다. 매회 어떤 주얼리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지 추리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A. 평소에도 워낙 많은 것을 만들다 보니 우리가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틀과 재료들이 많다. 그래서 다양한 상황과 급박한 시간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실 이번 보석 세트가 유난히 힘들기는 했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팔찌에 브로치까지 5가지 아이템이나 됐고, 또 드라마 내용에 똑같은 세트가 두 세트 필요한 장면이 있어서 총 10개가 필요했다. 공룡 그룹의 보석인 만큼 사파이어 원석을 공룡알 형태로 커팅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 의견에 따라 주얼리에 세팅되는 사파이어 알도 전부 다 새로 커팅 한 것이다. 드라마에 주얼리 아이템 하나하나가 너무 잘 나왔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나올 줄 몰랐다. 모든 주얼리에 잊지 못할 대사들과 에피소드들이 담겨져 있다. 이 전에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 때 에메랄드 목걸이도 작업한 적이 있다. 그 때도 주얼리 시안이 자세하게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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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살아있다’ 사파이어 보석세트. 공룡그룹의 보석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사파아이어의 알이 모두 공룡알 형태로 커팅 됐다. 아이템 하나하나에 드라마 속의 고유한 스토리가 담기며 주목받았다.(사진: SBS)


Q. 드라마, 영화, 케이팝 등을 통해 방송계의 까다롭고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고품질의 장신구를 디자인하고 있다. 타이트한 시간 내에 작품을 완성해내는 것에 어려움은 없나?

A. 시간과 상황 등 주어진 조건을 고려해서 이상과 현실의 접점을 잘 찾아야 한다.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잘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근데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다 시간 내에 최상의 결과물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Q. 촉박하게 주어지는 시간 내에 한 디자인이 대중에게 바로바로 보여 지다보면 스트레스도 클 것 같다.

A. 스트레스 받기도 하는데, 대체적으로 훌훌 잘 털어버리는 편이다.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속상할 때도 있다. 그 때 남 탓 하지 말고 ‘내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평온해지더라. 남 탓을 하면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운데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면 더 나아질 길이 쉽게 보인다. 내가 좌절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그래서 안해야지’가 아니라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지’ 하게 된다.

Q. 가장 뿌듯할 때는?

A. 디자인을 의뢰한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기쁘다. 내가 디자인에 참여하면 좋은 모습이 보여 지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뢰인이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을 주고 싶지 않다. 내가 더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웃음) 그리고 배우나 가수들의 팬 분들께서 ‘주얼리가 너무 예쁘고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면 사실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티스트 분들께서도 주얼리에 대해 팬 분들께 칭찬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고맙다고 말씀해주신다. 방송 일은 시간이 여유롭게 주어지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 내에 기존보다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한다. 개개인의 취향이나 신체적인 특징을 염두에 두고 작은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데 그 정성을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

Q. 디자인적으로 괄목할만한 결과물을 많이 냈고, 대중의 호응도 크게 얻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시도가 불안한 위치일 수도 있는데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하는 이유는?

A. 우리의 삶이 계속 변화하는 것처럼 디자인도 계속 진화해야 한다. 내가 집이나 회사 정리를 자주 하는 편인데, 다 뒤집어서 완벽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해도 한 번도 완성된 상태였던 적이 없었다. 정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한 수단으로 정리를 하는 것인데 계속 어질러지는 상황이 답답했던 적이 있다. 근데 살면서 모든 것은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니까 그 과정 자체도 유의미해졌다. 오히려 흘러가는 흐름에 따라 나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를 완성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고민하다보면 좀 더 나아질 길은 언제나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일을 하면서 힐링 되는 상황도 많이 만난다. 최근에 한 작업 중에 ‘다시 만난 세계’가 그랬다. 이야기 자체가 깨끗하고 예뻤다. 포크 나이프 목걸이 작업도 재밌었고, 프러포즈 반지 작업도 좋았다. 이야기처럼 디자인에도 깨끗한 느낌들이 담기게 됐는데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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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 여진구가 정채연에게 선물한 반지(상), 여진구가 이연희에게 프러포즈한 반지(하). 성인이 돼서 다시 프러포즈 하는 반지가 어렸을 때 선물한 반지와 비슷한 디테일로 구현되어 어릴 때의 순수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오버 랩 되도록 연출했다. 두 반지의 느낌이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깨끗한 느낌을 준다. (사진: SBS)


Q. 경쟁자로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있나?

A. 내가 생각했던 길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나 기업이 없다. 경쟁자나 롤모델이 따로 있지는 않다. 세상에는 70억 넘는 인구가 있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 한국의 주얼리 분야로 한정한다면 너무나도 좁다. 누구라도 자신과 맞는 방식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 민휘아트주얼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길이 진심으로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민휘아트주얼리의 미래는 무조건 희망적일 것 같다.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다.

Q. 소위 잘 나가는 디자이너는 주변의 시기와 질투로 괴롭고 힘들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한다. 정재인 작가는 어떤가?

A. 나는 시기와 질투를 살 만큼 대단한 것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한다. 나도 힘든 일이 있을 때가 있다. 전혀 문제 있을 일이 아니었는데 정말 사소한 것으로 안 된 적이 있다. 그 때 “그 사람이 널 시기해. 괜히 널 질투해서 그래.”라는 말을 들었고, 그 사람을 미워한 적이 있다. 사실은 서로 잘 모르는 관계였다. 시간이 지나서 그 때의 일을 돌이켜보니까 좀 다르게 생각된다. 모든 일은 한 가지 생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결국 나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스핀 오프 버전의 영화를 보면 그렇지 않나. 스스로 ‘난 시기와 질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부족한 점을 들여다보면서 계속 채워가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맞는 것 같다.

Q. 어린 나이에 CEO가 돼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면 가장 직격탄을 맞는 업계가 귀금속이다. 불경기로 인해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근데 민휘아트주얼리는 매년 뚜렷하게 성장하고 있다. 비결은?

A. 내가 일 시작하고 경기가 좋아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불경기 영향이 없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언제까지 불경기나 시장포화 탓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자체 성장 동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작품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의 목표 아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같은 일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남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주얼리 회사지만 꼭 주얼리를 공부한 사람들만 회사에 모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의상과 미학을 전공했고 엄마는 첼로를 전공했다. 우리 회사에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도 있다. 각자 고유한 장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더 다른 시각에서 일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부분을 존중하고 협업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Q. 디자이너적인 성향의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CEO의 역할도 똑 부러지게 잘 해내고 있다. CEO로서 조금 다른 것들이 보일 것 같은데 어떤가?

A. 흔히, 비즈니스라고 하면 이윤 창출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데 제대로만 한다면 비즈니스가 그 어떤 일보다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는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디자인에 관해서도 같은 생각이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면 결국 나에게도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소신껏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베풀면서 일하면 결국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긴다. 내가 경험한 일들이다. 큰 이익을 내는 것이 좋은 CEO라면 나는 좋은 CEO가 아닐 수도 있다. 먼저 ‘민휘아트주얼리’라는 이름에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자신의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다. 말 그대로 평생직장 말이다. 대를 잇는 디자인을 넘어 대를 잇는 디자인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마음으로 재밌는 일들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다. 이건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내 생각을 이해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너무 고맙고 다행이다. 나보다 나이 든 분도 계시고, 나와 동갑인 친구도 있고, 나보다 어린 친구도 있는데 비전을 공유하면서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Q.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까지 다양한 대중문화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면서 남다른 식견이 생겼을 것 같다. 이전 인터뷰에서 단순히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시기는 지났다고 했다. 앞으로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한류를 이끄는 작품들에 참여하고 한류 스타 분들과 함께 일하면서 한류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정말 잘 만든 콘텐츠는 콘텐츠 그 자체로도 큰 영향력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수많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아까운 콘텐츠들이 생명력을 얻지 못하고 없어지는 것들을 봐왔다. 콘텐츠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신뢰를 바탕으로 선순환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 시스템이 체계화되면 더 좋은 콘텐츠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단지 좋은 콘텐츠가 증가하고 부가 수익이 생기는 것을 넘어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존의 산업에도 좀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네가 한다고 하면 나도 함께 할게.’ 하면서 믿어주는 분들이 계신다. 덕분에 나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함께 하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팀에 새롭게 입단한 루키는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반면, 의욕과 열정이 베테랑 선수를 앞선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베테랑 선수가 루키 마인드를 잃지 않는 경우 대단한 일들을 해낸다. 농구의 황제로 불린 마이클 조던 선수,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 등이 루키 마인드를 잃지 않는 리더로 손꼽힌다.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히트 디자인을 만들어 낸 정재인 작가에게서도 루키 마인드의 겸손한 베테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얼리와 전통을 한류의 한 영역으로 끌어냈다고 인정받으며 ‘주얼리 외교관’으로 불리는 정재인 작가인 만큼 이제는 좀 느슨해질 법도 하다 싶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영화, 드라마, 전시, 패션쇼, 콜라보레이션, 상품 개발 등 어느 하나도 안일하게 임한 적이 없다. 인터뷰 자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소한 질문 하나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열심히 고민하고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가 앞으로도 더 멋진 일들을 해낼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변함없는 애정과 진심이 담긴 고민들이 만들어갈 그녀의 새로운 미래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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