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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1 14:07 | 웹툰·웹콘텐츠

불법 웹툰 ‘큰손’ 밤토끼 죽자 잔당 세력들 ‘춘추전국시대’

웹툰 해적사이트 ‘풍선효과’... '바늘' 저작권법 개정안은 여전히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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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폐쇄된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로고 (사진=밤토끼 홈페이지 캡처)
[웹데일리=이선기 기자] “밤토끼 없어도 볼 수 있는 곳은 많아요.”

평소 웹툰을 즐겨 보는 직장인 강씨(30)는 지난달 폐쇄된 거대 해적사이트 ‘밤토끼'의 애용자였다. 유료웹툰뿐만 아니라 구하기 어려운 일본 단행본 만화까지 한 곳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이점 때문이었다.

지난달 밤토끼의 운영자가 검거됐고, 사이트는 문을 닫았다. 밤토끼가 사라진 지금, 그는 여전히 해적사이트 애용자다.

밤토끼 사이트가 폐쇄된지 3주가 지났다. 업계는 불법 세력의 몰락에 고무됐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새 밤토끼에 가려졌던 잔당들이 틈새를 노리고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 남아있는 유사 사이트는 몇십 개에 달한다. 이들 사이트의 접속은 어렵지 않다. 포털에 사이트의 이름만 검색해도 우회해서 접속하는 방법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주소가 차단되도 하루만 기다리면 된다. 재빠르게 새로운 우회 주소를 생성해 다시 살아난다.

◇ 밤토끼 빈 자리 파고드는 잔당 세력… 웹툰 불법 유통 ‘풍선효과’

웹툰전문 분석사이트 웹툰가이드는 지난달 25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밤토끼가 사라진 후 유사 사이트가 성행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 복제 시장 전체 트래픽의 93%를 차지하던 밤토끼 이용자가 소규모였던 유사 사이트로 옮겨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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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복제 사이트 어른아이닷컴의 트래픽 변화 (사진=웹툰가이드)

웹툰가이드의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WAS’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트래픽의 3%를 차지하던 유사 A해적사이트의 트래픽은 밤토끼 차단 이후 전체 트래픽의 13%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확인 결과 A사이트는 ‘어른아이닷컴’이었다. 이외에도 복수의 타 해적사이트 트래픽도 상승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또 다른 해적사이트인 ‘마루마루닷컴’은 타 해적사이트보다 더욱 치밀한 운영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이들은 본체 사이트와 하위 사이트를 별개로 운영하면서 저작권법의 맹점을 후벼 팠다. 본체 사이트에서는 작품을 게시한 링크만 제공하고, 실제 작품은 하위 사이트 게시하는 방식이다. 현행법 상에서 단순 링크 제공은 저작권법 규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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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루마루 홈페이지 캡처)

강태진 웹툰가이드 대표는 “전체 트래픽의 93%를 차지했던 밤토끼의 검거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원천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풍선 앞에서 '무용지물' 바늘... 저작권법 개정안 '감감무소식'

반면 수사에 탄력을 줄 저작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를 떠돌고 있다.

현행법상 저작권 침해 단속 절차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신고가 접수되면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체부로 이관되고, 문체부는 해당 건을 검토한 후 다시 방통위로 이관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최초 신고에서 단속 집행까지는 무려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반면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시간이다.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절차를 간소화해 저작권보호원에서 바로 문체부의 단속 집행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신고부터 단속까지 2주 내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법사위 안건으로 상정됐을 뿐, 여전히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작권보호원은 “개정안의 일부 내용에 대해 인터넷 검열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현재 법사위 법안심사 2소위에 회부된 상태”라고 밝혔다. 언제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처벌 수위 역시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저작권법은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 등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웹툰의 경우 중범죄로 분류된 전례가 없어 100만 원 수준의 벌금형에 그쳐왔다.

최근 문체부는 집중 단속과 더불어 피해의 정도 등 사안에 따라 실형이 구형되도록 함으로써 저작권 침해를 예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그동안 저작권 사범의 경우 중범죄로 분류되지 않아 처벌 수위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사안에 따라 법 개정 없이도 실형 구형이 가능한 만큼, 최근 자행되고 있는 저작권 침해 행위의 심각성을 강조해 검찰에 구형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협조 요청 차원이어서 실제 구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저작권 피해를 본 한 웹툰 작가는 “밤토끼 운영자 역시 지난 사례들과 비슷한 수준의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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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가협회는 지난달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웹툰 불법사이트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저작권 침해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사진=웹데일리)

업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시현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지난달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웹툰 불법사이트 수사 촉구 기자회견’ 현장에서 “밤토끼 검거는 분명 좋은 일이지만, 벌금형에 끝나는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도록 운영자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도한 윤태호 회장 역시 “저작권 침해라는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신속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면서 직접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 피해업계, 직접 대응 나서… “민사소송도 불사”

피해가 막심한 업계는 직접 대응에 나서고 있다. 웹툰 사업자들은 저마다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불법 게시물을 차단하는 한편 작가들은 운영자에 대한 민사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네이버웹툰은 자체 프로그램 ‘툰레이더’를 개발해 불법 복제를 차단하고 있다. 불법 게시물의 복제와 유포를 실시간으로 인지해 유포자의 재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밤토끼의 검거 뒤에는 툰레이더의 활약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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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웹툰 홈페이지 캡처)

다음웹툰 역시 ‘와치타워’를 자체적으로 운영해 불법 행위를 범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선 차단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레진코믹스는 '핑거프린트' 기술을 틍해 대응 중이다. 레진코믹스가 잡아낸 불법 게시물은 무려 400만 건이 넘는다.

일부 작가들 사이에서도 민사소송 바람이 일고 있다. 저작권 피해에 대한 보상을 청구해 해적사이트 운영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큰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다.

창작자연대 박성철 작가는 밤토끼 운영자에게 보상을 청구하기 위해 현재 법무법인 변호사와 계약하고 대구법원에 소송을 건 상태다. 확실한 피해를 입힘과 동시에 유사 사이트들이 쉽게 성행하지 못하도록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그는 민사소송을 위해 지난해부터 '불법도용웹툰 피해작가모임' 을 조직해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는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박 작가는 “피해액을 측정할 수 없는 경우 최대 5,000만 원 규모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 “불법으로 게시된 저작물 72개를 별개의 콘텐츠로 규정해 각각 5,000만의 최대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작가는 이번 소송을 “단순히 피해액을 돌려받는 차원을 넘어서 저작권 당사자들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알리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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