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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5:55 | 컬처·라이프

[인터뷰] 엘름그린&드라그셋 "현대미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엘름그린 & 드라그셋 개인전 작가 심층분석

[웹데일리=이소영] 오는 4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전시 '어댑테이션(Adaptations)'을 갖는 작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을 만났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엘름그린&드라그셋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공간의 의미를 재해석한 흥미로운 작품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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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그셋(왼쪽)&엘름그린의 모습. 뒤로 보이는 작품은 ‘옵저버(The Observer)’ / 사진: 안천호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Q. 서울에서 열리는 두 번째 개인전을 축하한다. 이번 전시에 대해 소개해달라.

A 엘름그린 : 국제갤러리 K3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연작도 전시와 같은 제목 '어댑테이션'이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외부에도 작품이 하나 있으니 놓치지 마시라. K3에는 고속도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설치했다. 공공장소가 어떻게 우리 행동을 통제하는가를 보여준다. 아마도 100년 전 사람들은 도로 표지판으로 속도를 결정하는 지금 우리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도로 표지판을 따르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어댑테이션 연작은 아스팔트와 도료를 사용해 직선·곡선으로 규칙의 방향성을 표시한 작품이다. 공공장소에서 통제와 규정이 많아서 때로는 우리가 뭘 해야 되는지 잊어버릴 정도다. 인간의 이성적·합리적 반응을 재조명하고 옳고 그른 행동을 규정해보자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큰 유리창과 조명이 네온과 비슷한 K3는 야외 공간 느낌이 나도록 구성했다. 전시 오브제를 현실에서 가져온 듯하게 연출해 관람객들이 일상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A 드라그셋 : K2 전시장 작품들은 사생활과 신체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꼬리뼈를 형상화 한 조형물 '테일본(Tailbone)'은 인간의 진화와 사회 변화를 표현했다. 인간이 지금처럼 한 자리에 앉아 인터넷을 오래 사용하면 2075년에는 아마 꼬리뼈가 변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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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3관(K3) 엘름그린 & 드라그셋 개인전 《Adaptations》 설치전경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Q. 특히 주목해야 할 작품을 추천해달라.


A 드라그셋 : 벽에 꽂힌 손 모양 조형물 '다우트(Doubt)'는 이탈리아 미술가 카라바조(Caravaggio)의 '의심하는 도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예수의 상처에 손가락을 찔러보고야 그를 믿은 제자 도마처럼, 모든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발코니에 서 있는 남자 '옵저버(The Observer)'는 그만의 생각에 빠진 모습이다. 관람객이 그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우리를 보는 모습이 흥미롭다.

A 엘름그린 : 그렇다. 발코니는 흥미로운 구조물이다. 내부이자 외부이기에 애매모호하다. 발코니에서 아침에 담배 피우는 남자 조각은 그리스 로마 시대 조형물처럼 고전적이다. 하지만 21세기의 저렴한 츄리닝을 입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두 개의 남성 토르소가 마주보는 조각 '인플루언스, 피그(The influence, Fig). 1, 2'는 나와 드라그셋이 원래 퍼포먼스로 미술을 시작했음을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고전적 토르소 허리에 손가락 자욱이 나있어 인간의 폭력성과 사랑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전시 중 조각의 위치를 서로 바꾸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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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2관(K2) 엘름그린 & 드라그셋 개인전 《Adaptations》 설치전경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Q. 당신들의 작품은 21세기 현대사회 현상에서 영감을 받았기에 더욱 흥미롭다.

A 엘름그린 : 현대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다.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도 주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본다.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 재미있고, 나 또한 셀피(Selfie) 세대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바 조형물 '루프드 바(Looped Bar)'도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2019년 바의 또 다른 의미는 사회적 소외감이다. 누구나 들어갈 수 없는 특별한 바들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누구라도 들어갈 수 없으니 민주적이다. 아무도 못 들어간다. 얼마 전 나도 마이애미의 한 바에서 입장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웃음). 고고한 예술계 VIP 문화를 비판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A 드라그셋 : 20년 전의 바는 소통과 만남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들 SNS로 소통하기에 이 바는 텅 비어 있다. 바 뒤의 병 조형물 '컬러 필드(Color Field)'는 미학적 아름다움을 가미한 유리 작품이다.

Q. 2015년 서울에서 열렸던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플라토미술관을 국제공항으로 재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이번에도 국제갤러리를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A 엘름그린 : (웃음)그러한 기대에 어긋나고 싶었다. 항상 그렇게 몰입형 내러티브 설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고 싶다. 나는 일곱 살 때부터 부모님이 매년 같은 모습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것이 지루했다. 부모님에게 "새로운 장식으로 나를 놀라게 해주세요"라고 말했을 정도로 기대를 뛰어 넘고 싶은 욕구가 어릴 적부터 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하나하나에 중점을 두고 싶었다. 우리가 원래 시인과 연극배우였다 보니, 다른 장르보다 조소에 관심이많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소의 근본으로 돌아가 물질성을 다루고 싶었다. 100%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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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2관(K2) 엘름그린 & 드라그셋 개인전《Adaptations》 설치전경. 앞쪽 작품은 ‘루프드 바’, 뒤쪽 유리 작품은 ‘컬러 필드’.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Q. 두 사람이 처음 만나서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를 들려 달라.

A 엘름그린 : 나는 덴마크 출신, 드라그셋은 노르웨이 출신이다. 1994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클럽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마침 같은 건물에 사무실이 있어서 돌아가는 길에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당시 나는 시인이었고, 드라그셋은 연극 배우였다. 미술 전공도 하지 않았지만 지인 중에 갤러리스트가 있어서 1995년 자연스럽게 함께 퍼포먼스를 하게 됐다. 당시 북유럽 현대미술 씬(Scene)은 너무 작았는데, 마침 서펀타인갤러리의 디렉터 한스 울리히가 우리 작업을 호평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뛰어 들었다.

Q. 독일 베를린으로 본거지를 옮긴 것은 어떤 연유인가?

A 엘름그린 : 1997년부터 베를린에서 함께 작업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아트 씬이 새롭게 조성되는 것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파리나 런던은 이미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신진 작가의 진입 장벽에 높았다. 베를린에서는 젊은 미술가들이 함께 씬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 당시 북유럽에서는 현대미술에 대한 오픈 마인드가 부족해 우리 퍼포먼스와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다.

Q. 여전히 시를 쓰는가? 연극을 하는가?

A 엘름그린 : 아직도 가끔 시를 쓴다. 얼마 전 파이돈출판사에서 발간된 작품집에도 시를 삽입했다. 시와 미술의 차이점은 시각 예술이 더 사회적이라는 것이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소통 가능하며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시는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하는 과정이다. 현대미술은 너무 광범위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기에, 시도 현대미술의 일부일 수 있다. 어떤 작가는 퍼포먼스의 일부로 시를 읽기도 한다. V&A미술관에서 아파트 공간을 연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책을 썼다. 가상의 아파트와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처럼 쓴 것인데, 전시장 안에 배치해서 관람객이 읽을 수 있게 했다. 덴마크어로 시를 쓴 적도 있는데, 아마 500만명 덴마크 사람 중 300명만 읽었을 것 같다(웃음). 코펜하겐 갤러리의 오래된 모니터를 통해 그 시를 선보였다. 사회와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텅 빈 갤러리에 작품 하나 걸어두는 것보다는 대상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A 드라그셋: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 '해피 데이즈'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한 적이 있다. 나도 시를 좋아한다. 시인 잉거크리스텐슨(Inger Christensen)의 작품은 덴마크 시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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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2관(K2) 엘름그린 & 드라그셋 개인전《Adaptations》 설치전경. 남성 토르소가 마주보는 조각 ‘인플루언스, 피그(The influence, Fig). 1, 2’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Q.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를 투영하고 있는데, 최근 SNS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엘름그린 : SNS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누군가 나를 사칭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계정을 운영하게 됐다. SNS의 장점 중 하나는 VIP가 아니라도 좋은 전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SNS를 통해 소통하기도 하는데, '월페이퍼' 잡지가 4월 밀라노 디자인 페어 전시를 위한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제안해왔다.

A 드라그셋: 팔로잉 대다수는 예술가다. 세계의 모든 전시를 가볼 수 없기에 인스타그램으로 다른 미술가의 근황을 파악한다. 그리고 2017년 이스탄불 비엔날레를 디렉팅했을 때에도 매일 정보를 업데이트 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Q. 마이클 엘름그린과 잉가 드라그셋, 두 사람이 함께 일한 지 20년이 넘었다. 작업 스타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엘름그린 : 갈등과 차이가 영감의 원천이다. 주변환경, 인물에 대한 상호작용이 많은 아티스트가 유리하다. 더불어 미술계 상호작용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Q.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드라그셋 : 아직도 고민 중이다.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미술을 시작했다. 공공 장소에서 자유로운 퍼포먼스를 하며, 다양한 담론을 형성해왔다. 마치 축제와 같았다. 이런 것이 예술이라고 정의를 내리기보다, 어떤 예술을 해야 되는가에 주안점을 둔다.

A 엘름그린: 예술가로서 예술의 정의를 내릴수 있다면 활동을 중단해야 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웃음) 아트는 새로운 형태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다 만들어진 이후 작품을 보면 새롭게 보이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 미리 무언가를 확정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Q. 현대미술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 작가로서 한마디 해준다면?

A 드라그셋 :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예술가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미술을 하게 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심과 지식이 성장하고 있다. 관심을 갖게 된다면 누구나 예술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A 엘름그린 : 많은 이들이 전시를 관람할 때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임한다. 전시 관람에는 정답이 없고, 예술이 정답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니다. 예술은 흥미를 주는 것이다. 때로는 관람객의 다양한 관점이 우리보다 훌륭하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엘름그린 : 다음에는 한국에 오면 제주도로 휴가를 가고 싶다. 서울도 동네마다 특색이 각기 달라서 돌아보기 좋다.

A 드라그셋 : 국제갤러리 전시 오프닝 이후 곧장 홍콩으로 간다. 홍콩아트바젤에서 대형 설치 작품 '시티 인 더 스카이(City in the sky)'를 선보이며, 페더빌딩의 마시모 드칼로(Massimo de Carlo) 갤러리에서 개인전 '오버히티드(Overheated)'을 갖는다. '시티 인더 스카이'는 대도시 마천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가상의 도시를 거꾸로 메달아 이상적인 현대 도시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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