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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8 09:20 | 컬처·라이프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㉒ 속초와 양구 화첩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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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해변 / 그림제공=임진우
[웹데일리=글·그림 임진우] 서해안이 널따란 개펄위로 노을이 아름답다면 동해안은 시퍼런 바닷물과 모래사장이 만들어내는 해변이 탁월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위에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면 이 곳은 태곳적 풍경과 다름없으니 원시자연으로 회귀하는 상상이 가능하다. 멀리 수평선위에는 일엽편주처럼 고깃배가 떠있고 그 위로 한가로운 갈매기 무리들이 공중에서 어지러운 곡예비행을 즐기고 있는 바다는 시간이 정지되었거나 혹은 느릿느릿 흘러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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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 그림제공=임진우

그런 바다와 나란히 해변을 걷고 싶다면 강원도, 속초가 제격이다. 일단 속초를 가기위해 춘천고속도로를 타고 홍천과 인제를 지나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과 공기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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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리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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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위 / 그림제공=임진우

용대리에서는 선바위가 고개를 내밀고 미시령터널을 나서면 울산바위가 환영인사를 한다. 물론 그 전에 만해마을이나 여초 서예박물관을 방문해서 동해안으로 진입하기 전에 마음 속 가득한 세속의 먼지를 떨어내는 과정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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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울산바위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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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울산바위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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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신흥사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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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신흥사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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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창고 / 그림제공=임진우

단풍이 절정일 때 방문하면, 주변의 산들은 온통 울긋불긋 화려한 색상으로 불꽃놀이 중이다. 속초의 신흥사에 들러 동안거(冬安居)를 준비 중인 산사를 돌아본다. 긴 겨울, 침묵의 시간으로 가기 전에 단풍은 스스로 마지막 화려한 축제를 벌인다. 혹시 겨울에 이 곳을 지난다고 해도 잔설에 덮인 울산바위 능선의 뾰족거리는 바위들의 행진과 다양한 표정은 도로에서 순간을 포착해서라도 스케치북에 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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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바다 풍경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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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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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항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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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항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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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항 / 그림제공=임진우

속초에 도착하면 기대되는 몇 가지를 꼽아보자.

-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발끝까지 달려드는 파도와 동명항 언덕위의 하얀 등대.

- 새벽 바다위로 붉은 해돋이.

- 대포항 고깃배들이 낚아온 자연산 잡어 회와 소주 한 잔.

- 바닷바람을 견디어 낸 소나무가 아름다운 절벽 위 낙산사 절경.

- 중앙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유명한 닭 강정.

- 학사평 인근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순두부 맛 집들.

- 설악산의 단풍과 청량음료 같은 공기.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아도 속초에는 가보고 맛보고 체험하기 좋은 장소가 가득하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이 맘 때도 좋지만 사시사철 언제 어느 때 방문해도 푸근한 엄마의 품처럼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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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미술관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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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미술관 인근 / 그림제공=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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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미술관 인근 / 그림제공=임진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양구에 들리면 박수근 미술관이 볼 만하다. 미술관은 거친 자연석을 쌓아 완성한 건축으로 시간을 담아내며 주변의 맥락과 조우한다. 박수근의 그림처럼 투박한 질감의 자연석위로 가을 햇볕을 담은 담쟁이 넝쿨이 시간을 적층한 듯 멋스럽다. 허리가 잘린 동산을 박물관의 배치로 땅의 기억을 복원한 이 미술관은 요절한 건축가 이종호의 유작이자 수작이다.

그는 둥글고 경사진 자연석의 벽체를 따라 진입동선을 회유시키며 전시공간의 진입과정을 두었다. 건축가는 관람객들이 속세의 세계에서 신성한 장소로 진입하는 느낌을 갖도록 의도한 듯하다. 현관 앞에 도달하면 입구는 전면의 동산으로 위요되어 포근하다. 실개울이 흐르고 다리 건너편에는 박수근의 동상이 쭈그리고 앉아 자신의 미술관을 바라보고 있다. 이 실개울은 미술관의 허리 아래로 관통해서 흘러간다. 옛 빨래터 옆에는 자작나무 숲이 창백한 줄기와 가지를 뻗으며 겨울을 준비한다. 인근 농가에 트랙터 하나가 힘든 일을 마쳤는지 가을걷이를 마친 밭 위에서 무장해제를 하고 휴식 중이다. 밭의 경계에는 코스모스들이 한가롭게 피어 가을바람과 유희를 즐기고 있다. 별채로 새롭게 개관한 박수근 파빌리온도 새로운 건축 재료의 실험성이 돋보인다.

주변의 한적함이 미술관의 정취를 더해가고 여유로운 산책을 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장소다. 이윽고 미술관을 떠나려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박수근의 그림들은 그의 말처럼 길게 여운을 남긴다. "세월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그러면 사람도 늙어가는 것이려니 생각할 때 오늘까지 내가 이루어 놓은 일이 무엇인가 더럭 겁도 납니다."

박수근의 작품은 소박하고 단순한 우리네 서정을 거칠게 덧칠한 독특한 유화의 질감으로 표현한다. 고단한 예술가의 삶 속에서도 꿈과 집념으로 어려운 시대를 넘었던 그들의 숭고한 정신들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5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불운한 작가의 예술혼이 조용한 절규로 가슴속에 다가온다.

속초와 양구, 바다가 그립고 삶의 재충전이 필요할 때 발걸음은 왠지 나도 모르게 그 곳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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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 글·그림 임진우 정림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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