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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7 18:02 | 컬처라이프

[인터뷰] 뮤지션 홍크 "신보 'Grete', 순수함 담긴 마지막 앨범 될 수도"

"새 EP 앨범 'Grete'는 과거의 홍크를 바라보는 현재의 홍크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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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홍크(HONK) / 사진제공=현대문화공간 샘
[웹데일리=이지웅 기자] "안녕하세요. 노래 만들고 여러 가지 하고 있는 홍크 입니다"

홍크(HONK)는 앨범 전체 작곡, 작사, 편곡은 물론 그림도 잘 그려 앨범 아트워크 디자인까지 하는 정말 '여러 가지'하는 뮤지션이다.

과거 미술학도였던 홍크는 음악계에 '비트메이커'로 발을 들이게 된다. 2014년, 홍크는 장범준의 정규 1집에 참여한다. 장범준은 "형들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영이(홍크 본명: 안상영)"라고 감사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이후 연주곡 위주의 프로듀서로 길을 정했으나, 가사를 쓰는 게 더 재밌었던 홍크. 2017년, 그는 "내가 쓴 가사 내가 부르자"라며 마이크를 잡았다.

홍크는 음악과 동시에 작품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시리즈 주제로 프로젝트 전시를 열기도 했다.

지금까지 정규앨범 1개, EP앨범 4개, 싱글앨범 2개를 내며 쉼 없이 달려온 홍크가 지난달 27일 새 EP앨범 'Grete'(그레테)로 돌아왔다.

홍크는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나 상황을 풀어낸다. 특별히 어떠한 것에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기 보단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감상을 담담히 곡에 담는다.

홍크의 곡을 듣고 있자면 코끝이 시리운 겨울이 떠오른다. 가슴 펴고 호흡을 깊게 들이마실 때 느껴지는 '겨울 냄새'. 홍크의 음악에선 그 겨울 냄새가 난다.

"지금이 겨울이라서 제 곡을 듣고 겨울 냄새가 나신게 아닐까요?"라며 미소짓는 홍크는 곡처럼 조금은 가라앉은 느낌을 자아내는 사람이었다.

홍크를 현대문화공간 샘(SAM)에서 만나 이번 앨범 'Grete'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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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크의 새 EP앨범 'Grete' 아트워크. 홍크가 직접 그렸다. / 사진제공=오름엔터테인먼트

Q. 문학 소재를 음악에 자주 사용한다. 지난해 발매한 1집 정규앨범 'MONOSANDALOS'와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에서도 문학 소재를 사용했다.

제 곡과 가사가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가사를 쓰는 것 자체가 표현이 안되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풀어내려고 쓰는 게 가사인 거잖아요. 쉽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가 존재하는 문학을 이용해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자 해요. 그러면 사람들이 앨범 자체에 더 흥미를 갖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Q. 새 EP 앨범 'Grete'의 의미는?

'Grete(그레테)'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벌레로 변해버린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여동생입니다. 여동생의 이름은 '그레테 잠자'죠. 아, 테이프에만 담긴 히든트랙 제목이 그래서 '잠자'인 거에요.

이번 앨범 'Grete'는 저의 변화와 제 생각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앨범입니다. 이걸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소설 '변신'을 선택했습니다. 벌레로 변한 오빠를 바라보는 그레테를 이용하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Grete'라는 앨범명을 붙였어요. 'Grete'를 통해 사람들이 제 변화를 듣는 소설 속 그레테가 되는 거죠.

Q. 홍크의 변화를 이야기한 앨범인데, 그 변화는 무엇인가?

'어제만해도'라는 곡에서 제 변화를 가장 많이 이야기했어요. 예전에 만들었던 가사, 무드들이 지금 봤을 때 굉장히 무의미해 보일 때가 있어요. 또 굉장히 즐거웠던 곡이었는데, 지금 그 곡을 들었을 때 슬프게 느껴질 때도 있었죠. '과거의 홍크에서 현재의 홍크로의 변화'. 이 메시지를 앨범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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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크의 새 EP앨범 'Grete' 카세트 테이프. 보너스 트랙 'SAMSA'가 수록돼 있다. 카세트 테이프 아트워크 역시 홍크가 직접 그렸다. / 사진제공=오름엔터테인먼트

Q. 이번 앨범 수록곡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빠르게 두번 두드리시오'

가사 "술에 푹 절은 노래로 내 슬픔을 묘사해야 해", "무거운 손가락 열 개로 어제 저녁을 과장해야 해"가 이 곡의 메시지에요. 곡 작업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자꾸 억지로 즙을 짜내는 것처럼 감정을 부풀리더라고요. 좀 피폐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힘들었던 과정을 곡에 담았어요. 곡의 끝은 "억지로 하지 말고, 푹 자고 하자" 이렇게 끝나죠.

'JARHEAD'

이 곡은 제가 여러 장르 스타일을 시도해볼 때 탄생한 곡이에요. 컨트리 음악을 하나 만들어 보고자 해서 '막' 만든 곡입니다. 믹스도 안 하고 대충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버렸죠. 대충 만든 곡이었는데, 가사를 쓰다 보니까 마음에 들어서 수록했습니다.

곡 제목인 JARHEAD(자헤드)는 병뚜껑 머리를 뜻합니다. 미국 해병대 머리 스타일이죠. 제 감정이 점점 단순화되고, 아무 생각 없이 곡 작업과 가사를 쓰다 보니 문득 병뚜껑처럼 생긴 자헤드가 떠오르더라고요. '병뚜껑이 된 머리를 돌려서 잡념들을 다 꺼내자' 이런 내용이에요.

'종일 누워서'

이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사용했지만 크게 감정적이지 않았던 곡이에요. 이별이 연인과의 헤어짐일 수도 있지만, 멀어져간 저의 어떤 상황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곡은 제일 마지막에 작업했는데, 앨범 믹스를 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잡혀 앨범에 싣게 됐어요.

'MATISSE', '어제만해도'

'MATISSE'는 '어제만해도'와 같은 곡이에요. 곡 3개가 붙어있는 형태죠. 맨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가 '어제만해도' 처음 버전을 늘려 놓은 거에요.

'어제만해도'의 초기 버전은 즐거운 느낌의 비트감 있는 음악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걸 잊고 살다가 이번 앨범 만들기 전에 초기 버전 파트를 들었죠. 분명 신나는 곡이었는데, 너무 슬프게 와닿는 거에요.

과거의 감정이 나중에는 어색하고 다른 감정이 될 수 있다는걸 느꼈죠. "그때 느낀 생각과 감정들이 별로 의미가 없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를 바라보는 현재 모습이기도 해요. 지금의 고뇌나 기쁨이 나중엔 무의미해질 수도 있겠구나. 이런 이야기입니다.

'Matisse'에 가사를 안 넣은 이유는 가사에 집중하지 않길 바라서에요. 파트 3개가 정리되지 않은 채 바뀌는 느낌은 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한 거에요. 무드로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긴 감기 기운의 끝에'

고난적인 그림을 많이 넣으려 한 곡이에요. 하지만 곡 자체는 아름다운 분위기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일반적이지 않은 몽롱한 사운드를 많이 썼어요.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힘듦'을 느끼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들을 가사로 써봤어요. 곡을 들으며 가사를 보시면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뮤직비디오에는 곡처럼 너무 슬프고 힘든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친구들과 함께 노는 모습을 담았어요. 러프하게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그중에서 포착되는 아름다움, 즐거움 등을 사진으로 엮으면 좋을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제안했죠. 훗날 친구들과 다시 봤을 때 재밌지 않을까하는 의도도 있었고요. 잘 나온 것 같아요.

'FUNNIEST HOME VIDEO'

제가 어릴 적 '퍼니스트 홈 비디오'라고 우연히 찍힌 즐거운 순간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게 떠올라 이 곡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앨범 중에서 특히 애착가는 곡입니다. 순도 100%의 순수한 홍크가 담겼거든요.

제가 이번 앨범을 만들기 전에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와 술을 마실 때였어요.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그 친구와 술을 마시니 어느 순간 예전 같이 즐겁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 친구의 탓도 아니고, 관계가 변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갑자기 울컥하더라고요. '변화'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슬펐어요. 그 친구 앞에서 처음으로 대성통곡했죠.

살면서 그렇게 크게 운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가장 솔직함이 담긴 것 같아요. 이 노래는 제가 들어도 저의 순수함이 느껴져요. 가사에서도 이런 포인트를 느끼실 수 있으실 거에요.

카세트 테이프에만 수록된 'SAMSA (BONUS TRACK)'

이번 앨범은 카세트 테이프로도 제작됐어요. 'SAMSA'는 카세트 테이프 트랙리스트 중 가장 마지막에 실린 보너스 트랙이죠. 음원 플랫폼에서 들어볼 수 없는 곡입니다.

곡 주제는 1번 트랙인 '빠르게 두번 두드리시오'와 같아요. 제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억지로 만들어냈던 것들에 대한 노래죠. 일부러 1번 트랙과 마지막 트랙을 같은 주제의 곡으로 정했습니다. 처음과 끝의 의미를 잇고 싶었죠. 끝에서 첫 곡의 의미를 다시 전함으로써 '다시 회귀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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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홍크(HONK) / 사진제공=현대문화공간 샘

Q. 이번 앨범을 듣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거의 저를 바라보는 현재의 홍크가 만든 앨범입니다. 솔직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굉장히 고뇌도 많이 했고, 제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었어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많이 든 생각이 있어요. 지금까지 곡을 통해 표현했던 우울함, 무의미함에 대한 감상 등의 주제로 더는 음악을 많이 만들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그나마 가장 순수하게 쓴 마지막 앨범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후 앨범에는 조금은 달라진 홍크가 담길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고,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웃음)

Q. 팬들이 앨범을 듣고 어떤 것을 느꼈으면 좋겠는가?

곡마다 의미가 담겨있지만, 그 의미가 제 음악의 정답은 아니에요. 저는 단지 음악을 던지는 사람이죠. 제 음악을 좋게 들으셨다면 가사도 한번 훑어보시고, 여러 가지 갈래로 곡을 상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 가사를 보면서 '이걸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을 해요. 제 상황에 대입시켜 보기도 하고, 상상으로 '이런 상황인 건가?'하는 저만의 스토리를 만들기도 하죠. 여러분도 자유롭게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Q. 혹시 생각하고 있는 다음 앨범의 구상이 있나?

미래의 홍크에게 맡겨야 해요. 지금은 장르적으로 많이 시도해보고 싶어요. 제가 과거에 연주곡을 굉장히 많이 썼거든요. IDM(Intelligent Dance Music), 하우스(House) 등 조금 달라질 수 있으면 다양한 장르 쪽으로 곡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Q. 2019년, 어떤 한 해였나?

재밌었어요. 제가 노래를 시작한 게 2017년인데, 그래도 꽤 빠르게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좋은 작업들도 많이 했습니다. 2019년은 기회가 많았던 해였어요. 곡 작업하면서 힘들었던 과정 말고는 홍크로 살면서 행복했습니다.

Q. 2020년 계획은 무엇인가?

지난해 인터뷰를 하면서 "다음 앨범 낼 때는 여러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재밌는 작업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게 이뤄졌어요. 그래서 최대한 좋은 말을 하고 싶네요.

좋은 앨범을 많이 냈으면 좋겠고요. 다시 들었을 때 후회스럽지 않은 작업을 계속 했으면 합니다. 지치지 않고.

Q. 끝으로, 12월 29일 단독 콘서트 'Samsa'를 연다.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엄청난 세션분들과 함께합니다. 제가 원래 밴드셋을 잘 안했는데, 이번에 완성도 높은 밴드셋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뵈려고 해요. 공연에 열심히 공을 들이고 있어요. 많이 와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감사해 보이지만 진심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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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홍크(HONK) / 사진제공=현대문화공간 샘

한편, 홍크와 인터뷰를 진행한 장소인 현대문화공간 샘은 예술가와 문화예술 기획자를 위한 열린 문화 플랫폼이다.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조명하며 독립 아티스트들과 함께 상생해 나갈 계획이다.

이지웅 웹데일리 기자 news@web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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