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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2 15:56 | 정치사회

[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②] 국회의 대리 입법과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이대로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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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시스]
[웹데일리=함광진 행정사] ‘소나 말을 놀라게 해 달아나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 벌금을 내거나 1일 이상 30일 미만 기간 동안 교도소·경찰서 유치장에 구치 또는 2000원 이상 5만원 미만의 과료를 내야 한다.

누군가 “그런 법도 있나?”라고 말할 만큼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이 같은 규정은 현행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6호에 규정돼 있다. 그런 ‘법’은 누가 어디서 만들었을까?

먼저 ‘헌법’ 제40조에서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며 법률의 제정 권한을 국회에 부여했다. 그러면서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제66조 제4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제101조 제1항)에 줬다.

지난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를 통해 당선된 ‘제헌국회’ 국회의원들이 나랏일을 크게 입법·행정·사법 셋으로 나누어 각각 별개의 기관에 고유의 역할을 분담시켜 상호 간 견제·균형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것이 3권 분립이다.

앞서 언급한 ‘경범죄 처벌법’ 같이 법은 인간 개인의 욕망이나 이기심을 억제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나 국가권력이 국민의 행동을 마음대로 강제하거나 규제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헌국회 의원들은 국민이 스스로 뽑은 대표자들 즉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했다.

한편 우리 헌법은 국회 입법의 원칙을 규정하면서도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제52조)”며 정부에도 법률안 제출권을 부여했다. 국회의원이 입법안을 낼 때는 ‘발의’, 정부가 낼 때는 ‘제출’로 구분한다. 입법안은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에서만 심사·의결 등 입법 과정을 통해 법으로 만들고 법안 내용을 바꾸거나 폐지할 수 있지만 심사 대상이 되는 애초 입법안의 내용은 대통령이나 정부도 만들어 국회에 내놓을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정부가(소관 정부부처는 보건복지부) ‘담배, 담배 유사 제품 및 전자담배용 흡연 전용기구의 판매 촉진 행위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입법안이 입법과정을 통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가 의도한 대로 담배 제조·판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신제품 무료 체험, 전자담배 기기장치 할인권 제공 등 금품·담배 등의 사용기회를 제공하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 또는 ‘대통령책임제’라고 불리는 정부형태를 취한다. 미국 정부도 우리와 유사한 정부형태를 갖고 있지만 우리와 달리 법률안 제출권이 없다. 미국 정부는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경우 상·하원의원에게 부탁해 의원이 대신 법률안을 발의하는 형식으로 국회에 간접적으로 발의한다.

물론 우리 정부는 국회에 법률안을 단독으로 제출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을 통해 법률안을 대리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첫째, 긴급을 요하는 경우다. 입법예고·법제처심사·국무회의 의결 등 정부입법 절차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의원 법률안 발의 형식을 빌리는 것이다. 대개 여당 소속 국회의원을 통해 발의한다.

둘째, 국회의원의 실적 올리기용이다. 어느 한 국회의원이 몇 건의 입법안을 발의했느냐는 국회의원 평가시 중요 요소다. 때문에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의 관심사항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검토해 보면 존재 이유가 다 있다.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보좌진이 정부에 정부가 만들어 놓은 입법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정부가 준비했던 입법안을 생색내면서 국회의원 사무실에 전달하기도 한다.

셋째, 법률의 내용 때문이다. 정부가 대놓고 추진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특정 단체나 이해관계자들의 편을 들거나 눈치를 보는 경우다. 이때 정부가 입법안의 내용은 작성하지만 발의 과정은 국회의원을 통해서 처리한다.

정부가 제출한 입법안이 때론 ‘개혁법안’, ‘민생법안’, ‘경제 활성화 법안’ 등으로 불린다. 정부와 여당은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사안으로 여론을 조성해 속도전으로 입법안을 날치기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아무리 밉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국회가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부도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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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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