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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⑨] 일하는 국회...관건은 여야 ‘협치’

함광진 행정사 | 2020-07-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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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image 지난해 국회의 예산안 심사 기간 중 교육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7명이 교육 분야 2020년 정부 예산안 77조2466억원을 심사해 통과시키는 데 고작 14시간이 걸렸다. 점심식사와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심사 소요 시간은 10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예산안’이란 정부가 한해 국가활동에 수반되는 수입과 지출의 계획인 예산을 편성해 국회로부터 심의·확정을 받기 위해 국회에 제출하는 안건을 말한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는 정부가 시행하는 개별사업과 사회적 경제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는 국회 고유권한이다. 예산안 심사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10시간 가량의 심사는 졸속이고 부실심사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한쪽에서는 국회가 정부에 대한 재정통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국가재정법 제33조에 따라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2020년 예산안은 지난 2019년 9월 3일 국회에 접수됐다. 사실 국회의원의 보좌진들은 예산안이 국회에 접수되기 전·후부터 국회의원의 예산안 심사 업무 보좌를 위해 예산안을 검토하고 문제점을 찾아낸다. 이러한 작업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직전까지 이뤄진다. 2020년 예산안의 경우 지난 2019년 12월 10일에 통과됐으니 실질적으로 3개월 이상 국회가 심사했다고 할 수 있다. 보좌진들이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국회의원은 소속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예산안을 심사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했다. 이중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일하는 국회를 구현하는 첫 번째 방안으로 국회의 본원적 기능인 입법 심사 활성화를 위해 상시 국회 체제를 제도화해 상임위원회·소위원회를 매월 4회 이상 개회해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사례를 방지토록 했다. 지난 20대 국회 때도 문희상 국회의장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소위원회 활성화를 제안한 바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국회가 밥 먹듯 법을 어겨온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21대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국회법을 잘 지킬지 사실 의문이다. 법문헌상으로는 소위원회를 매월 4회 이상 개회하도록 했으나 지금까지 소위원회 위원장과 간사 간 협의가 없으면 회의가 열리지 않았던 것이 관행이다. 협의를 통한 회의 개회라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일하는 국회법은 사실상 ‘식물법’이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주 무대는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다. 국회에 발의되거나 제출되는 법률안·예산안·동의안 등과 같은 모든 안건은 상임위원회에서 국회의원의 심사를 받는다.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도 상임위원회 몫이다. 상임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되면 일반적으로 안건을 발의한 국회의원이나 정부 부처 장관이 제안설명을 한다. 이에 대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후 의원들이 대체토론을 끝내면 안건은 소위원회로 넘겨진다.

국회법 제57조에 따라 상임위원회는 소관 사항을 분담해서 심사하기 위해 상설소위원회를 둘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특정한 안건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특정한 안건의 심사란 쟁점이 많고 전문적인 연구 검토와 심도 있는 심사가 필요하며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로 의결하기에는 부적당한 안건으로서 소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안건을 의미한다.

특정안건심사소위원회는 안건이 특정되고 일시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상설소위원회와 구분된다. 상임위원회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상임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 중심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법안소위와 청원소위는 각각 제·개정법률안과 국민청원을 심사하며 예결산소위는 예·결산안을 심사한다. 일례로 현재 기획재정위원회는 ‘경제재정소위원회·조세소위원회·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등 3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경제재정소위원회와 조세소위원회 모두 법안심사소위원회다. 다만 경제재정 관련 안건 심사는 경제재정소위원회가 맡고 조세 관련 안건 심사는 조세소위원회에서 담당하도록 나누고 있다. 가령 홍길동(가명)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이자 경제재정소위 위원도 조세소위 위원도 될 수 있다. 홍길동 의원이 경제학 교수 출신이라면 경제재정소위에, 회계사 출신이라면 조세소위에 배치될 확률이 높다.

소위원회의 소속 위원 수는 소위원장을 포함해 12인 이내로 상임위원회에서 정한다. 위원장은 대개 상임위원회 간사위원이 맡는다. 예를 들어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은 여당 간사위원이, 예산결산소위원회 위원장은 제1야당 간사위원이 차지하고 청원심사소위원은 그 다음 의석수가 많은 정당의 간사위원이 된다.

소위원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에 개회하도록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 본회의는 오후 2시, 상임위원회 회의는 매주 월요일·화요일 오후 2시에 개회하도록 규정했다. 예측가능한 국회 운영을 위해 이처럼 국회법에 규정했지만 회의가 안 열리는 날도 있고 지각 개회는 다반사다. 물론 지각하는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다.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 회의장은 평소 뉴스를 통해 볼 수 있지만 소위원회 회의 장면은 여간해선 볼 수 없다. 국회법 제55조에 따라 위원회를 방청하려면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필요한 때에는 방청인을 퇴장시킬 수도 있다.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소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않기도 한다. 위원장과 위원들이 모두 발언하는 동안만 촬영·취재가 허용되고 발언이 끝나면 국회의원·전문위원·보좌진·정부 관계자·속기사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퇴장한다. 공식회의는 속기사가 동석해 회의 참석자별 발언을 회의록으로 남기기 때문에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소위원회 회의 진행은 법안심사의 경우 개별 안건에 대해 수석전문위원 또는 전문위원이 개별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고하고 제·개정 필요성과 효과, 문제점 등을 설명한다. 이에 대해 정부가 찬반입장을 밝히면 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질의하고 의원 간 토론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된다. 심사 중 여야 간 또는 정부와 합의가 도출되는 안건은 바로 부결 또는 가결 결론을 내리지만 쟁점이 있거나 문제가 있는 안건은 뒤로 미루거나 계류된다. 특별히 문제 삼지를 않는 한 소위원회 심사 결과대로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한다.

그동안 여야는 관행처럼 소위원회 아래 몇몇 위원들만 참여하는 ‘소소위’를 구성해 심사를 이어가거나 결론을 내기도 했다. 동료 의원들이나 보좌진들에게조차 회의 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채 간사위원들만 따로 모여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소소위는 법에 없는 회의체이기에 회의록을 남기지도 않는다. 한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소소위가 호텔 등 국회 외부에서 회의를 진행해 ‘밀실심사’라며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7년 12월 국회는 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법인세율 인상은 국회 최대 쟁점이었다. 당연히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에서 합의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때 공약이었던 법인세율 인상은 결국 여야지도부의 합의를 따라 소소위에서 세율 인상으로 매듭 지었다. 소위원회를 매월 4회 이상 연다고 일하는 국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성과를 내야 한다. 여야 협치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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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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