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⑩] 장관의 이력서와 인사청문회

인사청문회 제도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수단...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이 논란

기사입력 : 2020-08-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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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열린 청문회에서 나온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현 국정원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웹데일리=함광진 행정사]
올해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는 카카오다. 카카오에 입사하면 ‘카카오크루’라 불린다. 카카오크루가 되기 위해선 서류전형과 1·2차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인터뷰에는 카카오 실무진과 직무 전문가가 참여해 지원자의 직무역량을 파악하고 리더와 인사담당자가 조직 적합도와 잠재력을 심층적으로 검증한다.

한편 성인들이 희망하는 최고의 직장은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라고 한다. 공무원 임용은 일반적으로 필기·면접·실기·서류전형 등을 거쳐 합격자를 결정한다. 서울시 소속 공무원 같은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 면접에서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응용 능력, 의사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으로 능력 및 적격성을 검사하고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요직에 앉아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고위공직자인 장관의 임명 절차는 어떨까? 얼마 전 대통령이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이인영 의원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통일부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청와대의 공직 후보자 검증·결정 과정은 먼저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이 후보자를 추천한다. 이때 후보자는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의 문답을 통해 스스로 적합성을 판단해 본다. 이와는 별도로 청와대와 정부 기관에서 검증하고 문제가 없으면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결정한다.

철저히 검증한 것 같지만 끝이 아니다. ‘잘나가는 사람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다. ‘국회법’ 제65조의2 제2항에 따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국무위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국가정보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합동참모의장, 한국은행 총재, 특별감찰관 또는 한국방송공사 사장의 후보자에 대해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장관급은 국무위원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헌법에 따라 임명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에 대해서는 별도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구직자가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 평가받듯이 대통령도 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인사청문요청안에는 대통령이 후보자의 경쟁력과 적격성을 강조한 내용이 담긴 요청사유서가 맨 앞에 붙는다. 이외에도 이력서, 재직증명서·졸업증명서 등의 ‘직업·학력·경력에 관한 사항’, 본인·직계비속의 병역증명서 등 ‘병역신고사항’, 재산목록·재산 변동사항 등 ‘재산 신고사항’,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소득금액증명·납부내역증명서·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납세(체납)증명서 등 ‘최근 5년간의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 실적에 관한 사항’, 범죄경력조회서 등 ‘범죄경력에 관한 사항’ 등의 서류가 포함된다.

인사청문요청안은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검토해야 할 기본 내용일 뿐 후보자 검증을 위한 충분한 자료는 되지 못한다. 언론에 의해 제기되거나 각각이 가지고 있는 의혹이나 관심 사항을 검증하기에는 부족하다.

가령 자녀의 유학 자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등 세간에 제기된 의혹이나 잘못을 파헤치고 폭로하려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이때 국회의 자료요구권(인사청문회법 제12조)을 활용한다. 국회의원은 후보자의 인사청문과 직접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과 기타 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다. 요구받은 기관은 5일 이내에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후보자의 부동산투기나 위장전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에는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행정안전부에는 주민등록등초본과 전입신고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취학 자녀가 있다면 교육부에 학적부 제출을 요구하는게 가능하다. 그 외에도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검증 능력과 방법에 따라 요구자료는 추가된다. 요구하고 받은 자료를 확인하고 이를 반복하며 사실에 접근한다. 물론 요구하는 모든 자료를 다 확보할 수 없다.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후보자 또는 기관이 개인정보보호법,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다소 민감하거나 사실 확인을 위한 결정적 자료를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제출을 미루거나 거부해 사실 확인을 못 하기도 한다. 검증할 수 없으니 의혹 제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인사청문회법’ 제9조에 따라 국회는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동의안 등을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되 인사청문회의 기간은 3일 이내로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열흘가량 준비하고 후보자와 질의 답변하는 청문회는 이틀 정도 진행된다. 짧다는 지적도 있고 적당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인사청문회제도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 수단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하기 전 국회가 검증하는 자리이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고위공직자로서의 직무 적합성, 전문성, 도덕성 등의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싸움터다. 야당은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신상털이로 공격하고 여당은 후보자를 옹호하고 지원하는 방어에만 전념한다. 국회와 대통령이 공방해야 하는데 대통령과 여당이 한편이고 야당이 그에 맞선다. 후보자는 뒷짐지고 서서 15일만 버티면 장관이 된다.

최근 ‘비공개 청문회’ 법안이 발의되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인사청문회가 공직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 또는 신상 털기에 치중한 나머지 공직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 실시하고, 공직역량청문회에서는 공직윤리청문회의 청문 사항에 대해 청문을 실시할 수 없도록 하며 공직윤리청문회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도록 규정했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20여 년이 흘렀다. 세월이 지나고 여야가 바뀌어도 인사청문회 풍경은 변함이 없었다. 야당은 후보자나 그의 가족의 치부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탈탈 털은 신상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 하락과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으로 폭로되고 신문·텔레비전·SNS 등으로 시시각각 생중계됐다. 단순히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청문회가 아니라 ‘삼류 정치’가 문제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더는 국회의원에게 일을 맡길 수 없다. 카카오처럼 직무 전문가에게 장관의 이력서를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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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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